대법 “담당 공무원 고의?과실 위법행위 인정”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반세기 전 공무원의 실수로 벌어진 북한산 사찰 ‘진관사’와 국가의 40억원대 땅 싸움에서 사찰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조계종 진관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국가가 진관사에 23억여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은 “국가가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분배농지를 제3자에게 처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해 원소유자(진관사)가 소유권을 잃도록 했다면 담당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배상액이 적다는 사찰의 주장과 배상 판결이 부당하다는 정부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옛 농지개혁법은 정부가 자경하지 않는 자의 농지를 매수해 자경 농민에게 분배하도록 돼 있다. 다만, 정부가 매수한 농지를 분배하지 않기로 확정하거나 분배된 농지라도 농지법에 따라 국가에 반환된 농지는 1년 내에 다시 분배하지 않으면 분배기간이 지남과 동시에 매수조치가 해제돼 원소유자에게 환원된다.
정부는 1950년께 조계종 진관사 소유의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용두리 땅 2905㎡(879평)를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하는 옛 농지법에 따라 매수해 자경농인 김모씨에게 분배했다.
이후 김씨는 3년간 농지 대가 상환과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지 않았고, 정부가 이를 다시 거둬들여 1975년 국가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토지를 분할했다. 정부는 1989년 오모씨 등에게 땅을 매도하고, 오씨 등은 1994년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2년이 지난 2012년 진관사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환원됐다고 주장하며, 토지등기 명의자인 오씨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벌여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2심은 오씨 등이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다만, 법원은 담당공무원의 과실로 옛 농지법에 따른 환원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로부터 땅을 산 오씨 등의 소유권은 인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실수는 인정한 것이다.
진관사는 이를 근거로 정부를 상대로 46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은 “소유권이 원소유자인 진관사에 환원됐음에도 담당공무원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등기를 마쳐 결국 진관사의 토지 소유권을 상실하게 했다”고 판결했다. 원고가 수십년 동안 확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정부로부터 과거 일반 농지 가격 두 배 이상의 보상금을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은 50%로 제한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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