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ㆍ뺄셈 경영'…비효율 사업 접고
中ㆍ모바일 시장 등 신규 사업에 투자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구본걸 LF 회장이 해외 시장에서 다이어트에 나섰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자 비효율 사업을 과감하게 접는 대신, 모바일과 중국시장 등 신규 사업에 베팅하는 '덧셈과 뺄셈' 전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F는 지난해 상반기 프랑스 법인(Allegri France Sarl)을 청산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법인(Allegri S.R.L)을 이탈리아법인 '폴라리스'(Polaris S.R.L)에 통합했다. 두 법인은 모두 LF가 100% 지분을 소유한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알레그리 유럽 사업을 관리하던 법인이다. 청산된 프랑스 법인의 업무는 이탈리아 법인 폴라리스가 통합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LF는 2011년 이탈리아 남성브랜드 알레그리를 인수하며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부터 남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럽시장에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제불황으로 가계지출이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의류비부터 줄인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사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F의 2015년 프랑스 법인은 매출 1억700만원, 당기순손실 1억9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이탈리아의 폴라리스의 경우 78억2400만원 어치를 판매했지만, 당기순손실은 79억7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등으로 국제 정세가 더욱 불확실해진 상황인 만큼 과감하게 철수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달 진행된 '제 1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기적인 비효율 사업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의 신규사업 검토 및 진출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경영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LF는 2014년에도 미국 법인(Allegri USA LLC) 청산을 단행했다.
구 회장은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 상황에서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한다'는 구상이다. 비효율적인 해외 법인을 철수하는 대신, 중국 시장과 온라인ㆍ모바일 시장에 대한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LF는 2015년 국내 온라인쇼핑몰 운영사 '트라이씨클'의 지분을 신규취득하면서 동시에 트라이씨클 상해 유한공사에도 투자했다.
시장에선 온라인ㆍ모바일 확대 전략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내다봤다. 이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이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동종 업체들의 온라인 비중이 아직 1~2% 수준에 불과해 투자 단계인 데 반해 LF는 온라인 사업에서만 3000억원대의 매출을 실현한다"며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F의 온라인ㆍ모바일 사업은 작년 기준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패션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규 사업에도 투자한다. LF는 지난 달 열린 정기주총에서 사업목적에 '호텔업ㆍ관광숙박업ㆍ관광객 이용시설업'. '오락ㆍ문화 및 운동 관련 서비스업(테마파크 운영업)'을 추가, 주주들로부터 승인받았다. LF는 강원도 양양군과 손잡고 관광지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 2016년 기준 LF 전체 매출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98%가량으로 높다.
화장품업에도 발을 담갔다. 지난해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1803과 손잡고 국내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고, 같은 해에 네덜란드 코스메틱 브랜드 그린랜드의 독점 사업권을 획득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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