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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짐승처럼 끌려 나간 '동양인', 그리고 '스위스 치즈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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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겪은 일이다. 홀로 인천공항에서 탑승한 프랑스 국적기는 파리에 도착했고, 같은 항공사의 환승편이 '동양인' 여행객의 발길을 스위스 바젤로 이끌었다.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을 취재하기 위한 여로(旅路)는 두세 시간 연착을 제외하곤 고되지만 들뜬 길이었다. 샛노랗던 서울 도심의 황사를 피해, 잠시나마 스위스 산골의 맑은 공기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 해도 그랬다.


하루 만에 도착한 바젤공항. 무표정한 여승무원의 환송 인사는 영화의 복선과도 같았다. 기어이 사달이 났다. 인천에서 부친 짐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공항 한편에 자리한 에어프랑스 사무실을 찾았다. 직원은 다짜고짜 명부에 이름과 여권번호, 숙소를 적으라고 했다. 미안한 기색은 없었다. 같은 비행 편에 동승했다가 짐을 분실한 다른 여행객들은 조용히 명부에 이름을 남긴 채 이내 자리를 떴다.


따지거나 화내는 사람 한 명 없었다. 대다수는 변방인 동유럽 출신이었다. 직원에게 "가방을 꼭 찾아 달라"고 당부하던 40대 동양인 남성은, 별난 존재였을지 모른다.

숙소로 온다던 가방은 사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땀에 젖은 옷은 말려 입어야 했다. '꽃길'이던 출장은 '악몽'이 됐다. 귀국 전날에야 가까스로 가방을 되찾았다. 가방 속 노트북 충전기를 꺼내 간신히 기사를 마감하고, 그제서야 반나절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항공사의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이 동양인 승객을 짐승처럼 끌어내린 장면이 온라인에 공개됐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비슷한 기억의 잔상이 뇌리에 남아 있었던 탓이다.


이는 무리한 합병과 노조 파업, 대규모 구조조정이 인종 차별과 엮여 빚어낸 적폐일까. 대형 항공사들의 이 같은 단면은 무너진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표징일지 모른다.


'스위스 치즈모델'이란 이론이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이 모델에서 항공사고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사고가 어느 한 단계만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심각하지 않은 여러 사건들의 연속적인 결과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대표적이다.


국가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한두 번 반복된 크고 작은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무너진 정부와 안갯속에 빠진 한반도의 안보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다. 불과 25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여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일 수 있다.


무너진 경제와 국격을 다시 곧추세울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국민이 유나이티드 항공에 탑승했던 동양인 의사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할 그런 사람 말이다.



오상도 정치부 차장 sdo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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