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현대 등 대형건설사 10개 단지 중 7곳 5월 이후로 미뤄
홍보요원 구하기 어렵고 마케팅 효과 떨어져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장미대선'의 본게임이 시작되는 대통령 후보자 등록 신청일(15~16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분양시장이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대형 건설사들은 10개 단지 중 7곳의 분양 일정을 대선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개 이상의 단지를 분양하려던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5개 건설사 중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4개 건설사가 일부 단지의 분양 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수 기준으로는 10개 단지 중 7곳이 연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일정은 각 단지의 사정에 따라 당겨지거나 미뤄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이 같은 대규모 일정 조정은 소위 분양 '마케팅발'이 잘 먹히지 않는 대선 시기를 피하려는 전략적 조정"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의 연초 계획에 따르면 4월에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와 e편한세상 거여, e편한세상 춘천 한숲시티 2차, 부산 일광지구 등 4개 단지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미대선이 확정되기 전인 3월 초 이미 분양을 마친 춘천 한숲시티를 제외하곤 모두 5월 이후로 분양 일정을 조정했다. 부산 일광지구의 경우는 아직 분양 날짜를 잡지 못했다.
현대건설도 이달로 계획했던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분 분양을 오는 6월로 미뤘다. 오산 지역주택조합 단지 분양은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 재건축) 견본주택 개관 시기를 당초 4월에서 5월로 연기했다.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5월 이후로 미루면서 올해 2분기 공급량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 닥터아파트 통계를 보면 2분기에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30개 단지ㆍ8만78가구(주상복합 포함ㆍ임대 제외)다. 지난해 2분기보다 21.7% 줄었다.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분양 마케팅 수단인 견본주택 개관에 앞서 사전 마케팅을 진행한다. 견본주택으로 실수요자를 끌어모아야 성공적인 청약과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양 성패가 사전 마케팅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건설사들은 TV와 라디오,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한 매체광고를 진행해 분양 단지를 미리 수요자들에게 알린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홍보요원'을 배치해 사람들에게 분양을 알리는 전단과 갑티슈를 나눠주기도 한다. 최근엔 소규모의 사전분양홍보관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곤 이 같은 홍보활동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캠프마다 대규모 홍보요원을 채용하기 때문에 분양 홍보를 위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며 "홍보요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대선 이후로 분양 시기를 미루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봄 성수기시장이 대선과 겹치면서 실종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선 기간에 미뤄진 물량이 다음 달 중순께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홍보업체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분양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분양을 아예 하반기로 미루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일정이 미뤄지면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선 직후인 다음 달 19일엔 많은 단지가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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