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평양 공동취재단] 여자축구대표팀이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여자대표팀은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경기장을 가득 채운 평양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무승부를 챙겨 내년 본선 진출 희망을 밝혔다
이날 패했다면, 여자대표팀은 내년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은 물론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에도 나설 수 없다. 아시안컵 본선이 월드컵 예선을 겸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한 뒤 "여자 축구의 미래를 지켜냈다"며 웃었다.
귀중한 무승부를 만든 일등공신은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 김정미는 초반 북한에 내준 패널티킥을 막아냈고, 우리 대표팀은 일방적으로 흐를 수 있던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정미는 "페널티킥 때 상대 선수에게 '어디로 찰 거냐, 왼쪽으로 찰 거지'하고 작게 말을 걸며 나름 심리전을 걸었는데, 통했던 것 같다"며 "경기 전날 페널티킥 연습을 했던 게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막아낸 뒤 다시 뛰어들어온 상대 선수의 발에 맞았기 때문이다.
경기 전 우리 선수들이 "지지 말자"고 외치자, "죽고 나오자"며 맞받아치던 …홈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도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우리 대표팀은 맏언니인 김정미가 쓰러졌을 때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정미는 "전반전 추가시간에 골을 먹혔지만 '괜찮다'고 이야기했다"며 "동점골을 넣은 뒤에는 선수들 눈에서 빛이 났고, 최전방 공격수까지 수비로 내려와 온 힘을 다해 뛰었다"며 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장슬기(현대제철)는 '언니'들에게 앞으로 계속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황금 같은 동점골의 주인공. 장슬기는 "친구인 이금민(서울시청)의 생일이었는데, 골을 넣어서 뜻깊었다"며 "신경전도 심했고 응원 소리도 예상보다 커 경기장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였는데, 소음 대비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 우리를 응원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공격을 이끌었던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끝까지 버텨준 동료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승리하진 못했지만 무승부 역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조 1위 가능성이 높다. 지소연은 "앞으로 두 경기가 더 남은 만큼,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며 "착실히 준비해 본선에 꼭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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