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 '낙수효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화돼…韓경제 재도약 위해 中企 경쟁력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6일 "시장 친화적 기업 구조조정과 자금 선순환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수요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정보 중개기관' 역할로 M&A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장-재도약-선순환 금융'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동반자 금융' 중장기 플랜 발표와 함께 이같이 말했다. 동반자금융은 은행이 자금 공급자 또는 금융 조력자 역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능동적으로 개입해 성장을 추구하는 역할을 강조한 공급 전략이다.
김 행장은 "고도 성장기에 유효했던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화되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저고용의 뉴노멀 시대에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해법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금융도 함께 변해야만 한다"며 "향후 임기 내에 '중기금융시장 리더십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동반자 금융은 크게 '성장 금융, 재도약 금융, 선순환 금융' 등 세 가지 부문으로 구분된다. 먼저 성장(Scale-up) 금융은 기술력을 갖춘 창업기업에 대해 대출 투자부터 컨설팅,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재도약 금융(Level-up) 은 중소기업의 본격적 성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을 위한 글로벌 금융 지원이 포함된다. 김 행장은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많은 국가에 전수하는 새로운 방식의 해외진출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며 "또한 은행 유휴시설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선순환 금융(Cycle-up)은 기업의 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사업정리 등에 대한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시장 친화적 기업구조조정 및 자금 선순환을 돕는 것이다. 김 행장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정상적 가격으로 역량 있는 제3기업으로 인수되도록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사모투자펀드(PEF)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핵심 3개국으로 꼽고 속도감 있는 추진을 공언했다. 김 행장은 "일부 국가의 경우 현지 당국의 인가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해 기존 지점의 대형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행장은 디지털 부문과 관련해 "기업은행의 핵심 전략은 중소기업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 서비스에 집중해 비대면 채널에서도 중소기업금융의 리딩뱅크가 되는 것"이라며 "여신외환거래를 포함한 기업금융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화(化)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행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어려운 경영환경이지만 중소기업의 시름을 덜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취임 이후 지난 100일간의 소회를 밝혔다. 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까지 총 13조8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해 연간 목표(43조5000억원)의 32%를 달성했다.
김 행장은 "향후 중국 사드 보복 피해와 금리 상승 충격까지 겹칠 경우를 감안해 올해 공급 목표의 60%를 상반기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위기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