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사 "黃 권한대행 만날 것"…권한대행 측 '심기 불편'

권한대행 측 관계자 "대사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야 하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85일 만에 귀임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직접 만나겠다고 언급하자 총리실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나가미네 대사는 4일 밤늦게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즉시라도 황교안 권한대행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직접 만나 한일 합의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나가미네 대사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직 공식적인 접견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사의 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총리실 일각에서는 "장기간 자리를 비운 대사가 돌아오자마자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 아니냐"며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총리실 관계자는 5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수행하는 사실상의 국가수반"이라면서 "대사가 만난다고 하면 만나야 하냐"며 나가미네 대사의 발언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나가미네 대사가 황 권한대행을 만나 위안부 협상 합의 준수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에 대해 총리실은 더욱 민감한 모습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국내 정치적 입지가 수세에 몰리자 황 권한대행과의 접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나가미네 대사는 "아베 총리와 기시다 외무장관이 '황 권한대행을 직접 만나 한일 합의 이행을 촉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황 권한대행과 나가미네 대사의 면담 성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는 분위기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주한 일본대사의 황 권한대행 면담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 "권한대행 예방 여부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정부 일각에서는 "외교적 수사 아니냐"는 해석이 강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문구는 총리실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라며 총리실의 분위기가 반영됐음을 내비쳤다.

또 나가미네 대사가 황 권한대행을 만나더라도 부산 소녀상 이전 등의 문제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접견 무용론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지켜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차기 대선 주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는 만큼 후보들과의 물밑 접촉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