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지명 총리 인준까지 한달
권한대행 측 "그만둘 날짜 현재로선 예측불허"
국무회의 파행 우려에 장관들도 '어정쩡'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직 장관들이 5월10일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와 상당기간 어정쩡한 동거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차기 대통령이 선출 직후 곧바로 취임하는 전례없는 상황이 연출됨에 따라 황 권한대행 역시 후임 국무총리에게 바통을 바로 넘겨줄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에서 대통령직 인수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황 권한대행은 더욱 옴짝달싹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매 정권 마지막 국무총리는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김황식 총리는 2013년 2월26일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인 정홍원 총리에 대한 국회의 인준안이 가결된 직후 퇴임했다. 그 이전인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한덕수 총리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5일간 총리직을 유지했다.
문제는 황 권한대행의 경우 새 정부와 한달 가까이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판이다.
통상 역대 정권 사례를 보면 국무총리 후보자가 대통령 당선인의 지명을 받아 국회 인준을 받을 때까지 20~30일가량 소요됐다. 정홍원 전 총리는 이 기간이 18일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인 한승수 전 총리는 32일이 걸렸다. 따라서 5월10일 취임하는 대통령이 곧바로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해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새 국무총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3일 "(황 권한대행의) 사임 시기는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국무총리가 행정각부를 통할해야 하는 만큼 황 권한대행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오히려 국무위원 제청 등 헌법상 부여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정부조직법을 손보고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려면 족히 두 달은 걸릴 것으로 보여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인사처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가 없는 만큼 현 총리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새 총리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해 청문회까지 통과하는데 상당 기간을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장관도 총리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 총리가 인준돼 장관후보자를 추천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정부의 각종 사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 규정 6조 1항에는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직 장관들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사퇴할 경우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차관이 회의에 대리 출석할 수 있다. 하지만 차관은 국무회의에서 관계 의안에 관해 발언만 허용될 뿐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다(국무회의 규정 7조 2항).
이에 따라 황 권한대행 뿐 아니라 각 부처의 장(長)들도 섣불리 사퇴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차관 중 아무도 먼저 그만둔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정 공백 우려가 큰 만큼 당분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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