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조던 스피스와 버바 왓슨, 톰 웨이스코프(이상 미국).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스터스의 격전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 '12번홀의 저주'에 발목이 잡힌 선수들이다. 전장은 155야드에 불과한 파3홀이지만 매년 어이없는 샷이 속출하는 '아멘코너(11~13번홀)'의 중심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1931년 아메리칸 인디언의 무덤이 발견됐다"며 "인디언 영혼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는 미신까지 소개했다.
스피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최종일 순식간에 4타를 까먹어 다 잡았던 우승을 날렸다. 2015년에 이어 7라운드째 리더보드 상단을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서다. 티 샷이 그린 앞 워터해저드로 날아간 게 화근이 됐다. 1벌타 후 드롭 존에서 친 세번째 샷이 또 다시 물에 빠졌고, 다섯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떨어져 결국 '6온 1퍼트' 쿼드러플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맞았다.
2014년에는 왓슨을 1타 차로 추격하던 시점에서 공을 수장시키며 보기를 범해 우승 진군에 제동이 걸렸다. 왓슨은 반면 희비가 교차하는 곳이다. 2013년 무려 10타를 쳐 7오버파, 이른바 셉튜플보기를 기록하며 공동 50위로 추락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그러나 스피스의 악몽이 동력으로 작용해 통산 두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011년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종 4라운드에서 '4퍼트' 더블보기로 자멸했고, 로코 메디에이트(미국)는 2006년 공동선두를 달리다가 공을 3개나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며 10타를 쳤다. 1993년 댄 포스먼(미국ㆍ쿼드러플보기)과 1996년 그렉 노먼(호주ㆍ더블보기), 2007년 스튜어트 애플비(호주ㆍ더블보기) 등이 '불운의 아이콘'이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웨이스코프다. 1980년 첫날 5개의 공이 물에 들어가면서 13타를 적어냈다. 마스터스 역사상 최악의 스코어다. 마스터스에서 준우승만 네 차례 차지하는 아픔으로 남았다. 제프 매거트(미국)는 2003년 티 샷이 그린 뒤 벙커에, 두번째 샷이 개울로 날아가며 퀸튜플보기(8타)를 기록했다. 마스터스 최다승(6승)의 주인공 잭 니클라우스(미국) 역시 1964년 생크를 낸 적이 있다. 다행히 보기로 틀어막았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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