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주거래은행이 건전성 악화로 대출을 줄이면 2~3년 후 기업들의 수출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출 등의 간접금융 비중이 큰 한국 기업의 특성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출기업의 금융구조와 수출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출간했다.
KIEP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4~5년간 한국의 수출증가율의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과 금융제약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국내거래와 비교해 국제거래는 파산 위험성이 높고, 거래 성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수출기업에 무역금융의 중요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 주거래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때 2~3년의 시차를 두고 기업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이 금융제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중견기업과 소기업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제약은 자본재와 원자재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소비재의 경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출비중이 높은 상위 4개 제조업(컴퓨터 및 전자제품·운송장비·화학·금속가공) 가운데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종이 특히 금융제약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기업들이 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 기업의 간접금융 비중은 73.4%로 독일(38.2%), 일본(42.0%)의 비중을 크게 상회했다. 또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으로 인해 간접금융을 줄인 반면, 한국기업은 2012년부터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곧 한국기업의 자금사정이 다른 국가에 비해 은행의 신용공급과 건전성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높은 간접금융 비중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가 불가피하게 상승하고,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태도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는 곧 한국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기업의 생산 및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IEP는 "은행의 대출심사를 개선해 장래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가져올 기업·산업을 식별해야 한다"며 "금융제약으로 인한 수출 감소분이 큰 기업(혹은 산업)에 정책을 집중시키면 효과는 극대화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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