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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필터 로봇]얼음위에서 멈추고 넘어지고… 로봇개 좌충우돌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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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4족로봇 자율주행 경주대회
눈·얼음·장애물 넘는 한 시간의 실전 도전
넘어지고 멈추며 쌓은 학생들의 현장 경험
중국산 로봇 의존 현실도 함께 드러나
학생들의 많은 경험 확보 위한 정부 지원 필요 목소리 커져

[노필터 로봇]얼음위에서 멈추고 넘어지고… 로봇개 좌충우돌 레이스 4족로봇 자율 주행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이 경주하고 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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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출발!"


6일 오후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주차장. 우렁찬 카운트다운과 학생들의 초조한 눈빛을 뒤로한 채 '탁탁탁' 소리를 내며 네 발 달린 로봇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로봇이 동시에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출발 신호에도 꼼짝하지 않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제자리에서 머뭇거리는 로봇도 눈에 띄었다.





선두로 치고 나간 로봇은 곡선 주로와 장애물, 눈과 얼음으로 뒤섞인 노면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로봇들은 미끄러지며 비틀거리기도 했고, 옆으로 넘어지거나 주저앉기도 했다. 뒤로 걸어가는 로봇도 나왔다. 눈으로 만들어진 작은 요철 구간은 로봇들에게 거대한 언덕처럼 앞을 가로막았고, 경로마다 설치된 고깔은 피해 가기도 어려운 장벽이었다.


제2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4)의 백미로 꼽힌 '4족 로봇 자율주행 경주대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대회는 한 시간 동안 10바퀴를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레이스 현장에서는 로봇을 들고 참가한 학생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가 자신의 로봇이 선두로 달리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문형필 대회 조직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은 "실험실에서는 잘 되던 로봇도, 교수가 오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경기장 환경은 연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어떤 로봇은 출발 신호가 떨어졌음에도 제자리에서 뒷걸음질만 쳤고, 또 다른 로봇은 옆 차선의 로봇과 어깨를 부딪치며 동반 탈락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노트북 PC를 들고 로봇 뒤를 따라다니며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조치에 나섰다.


[노필터 로봇]얼음위에서 멈추고 넘어지고… 로봇개 좌충우돌 레이스 4족 로봇 자율주행 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옆으로 옆으로 넘어진 로봇을 바라보고 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경기 초반부터 앞서가던 2번 로봇은 눈 요철 구간에서 한순간 균형을 잃고 옆으로 기우뚱 넘어졌다. 다리가 꼬인 듯 보였지만, 잠시 후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추위에 지친 학생들은 잠시 경기장 옆 어묵 트럭 앞에 모여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이며 로봇들의 주행을 지켜봤다.


약 30분이 지나간 뒤 홍익대학교 '로보도그' 팀의 로봇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건국대 '루랩', 3위는 한국공학대 '메카' 팀이 차지했다. 완주 자체가 성과로 평가될 만큼 조건은 까다로웠다. 자율주행 본선에 진출한 7팀 가운데 완주에 성공한 팀은 3팀뿐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경주였다는 의미다.


완주하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넘어진 로봇을 다시 세우고, 코드를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었기 때문이다. 문 조직위원장은 "실제 야외 지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를 몸소 체험하면서 학생들이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로봇학회 측은 이번 대회의 성과를 발판 삼아 내년에는 대회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 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진현 서울과기대 교수는 "더 다양한 미션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노필터 로봇]얼음위에서 멈추고 넘어지고… 로봇개 좌충우돌 레이스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기간 중 열린 4족로봇 자율 주행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다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로봇들의 '국적'이었다. 참가 로봇 가운데 단 1대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 유니트리(Unitree)사의 제품이었다. 나머지 한대 역시 중국산이었다.


명현 KAIST 교수는 "현재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성능을 내는 국산 4족 로봇 플랫폼은 사실상 없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은 중국산 뼈대 위에 국산 자율주행 알고리즘이라는 '심장'을 이식해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학술대회 전시에 참여한 로봇 기업이 50곳에 달했지만, 유니트리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중적인 국산 로봇을 찾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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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중국산 로봇이라도 충분히 활용해 볼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희창 홍익대 교수는 "학생 개인의 부담만으로는 이런 대회에 참가하기 어렵다"며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로봇을 직접 다뤄봐야, 더 나은 국산 로봇 개발과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창=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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