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지은 기자] 대한민국 경제에 '퍼펙트(Perfect) 양극화'가 몰아치고 있다. 소득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의 소득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정규직과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임금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 특히 가계는 내부 양극화를 넘어 기업, 정부와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경제력의 재균형화(Rebanlancing) 없이는 향후 사회 전체의 혼돈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3일 통계청과 관련부처에 따르면 소득 1분위의 지난해 월평균 명목소득은 144만6963원으로 2012년보다 7.0%(9만4890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분위의 명목소득은 774만6812원에서 834만7922원으로 7.8%(60만1110원) 많아졌다. 증가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금액으로는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근로소득은 이 기간 동안 1분위가 1.8% 줄어든 데 반해 5분위는 12.1%나 늘어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격차도 벌어졌다. 지난 1월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1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55만4000원) 올랐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433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8%(59만1000원) 증가했지만, 비정규직은 157만3000원으로 4.7%(7만원) 늘어난 데 그쳤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36.3%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개혁평가보고서(Going for Growth 2017)'에서 "한국의 1분위 가처분소득 비중이 회원국 평균을 밑돈다"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조세·사회이전시스템의 약한 재분배 효과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사교육비 부담은 양극화를 구조화 시키고 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4000원에서 25만6000원으로 증가했다. 소득구간별로 살펴보면 '월소득 700만원 이상' 구간은 44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5.6% 증가했지만, '월소득 100만원 이하' 구간의 사교육비는 5만원으로 전년(6만6000원)보다 23.6%나 급감했다.
정부 관계자는 "소득양극화가 학력양극화로 이어지게 되면 가난의 대물림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문의 양극화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기업대출은 20조8000억원 증가해 전년(48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대기업은 은행대출을 2015년 4조5000억원 상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조7000억원을 갚았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순상환액도 각각 6조7000억원, 2조1000억원에 달했다. 빚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와 달리 기업들은 대출을 빠르게 갚아나가고 있는 셈이다.
국민소득에서도 가계부문 비중은 작아지고, 세수를 늘린 정부 몫은 커졌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632조6000억원 가운데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 소득은 929조6000억원으로 56.9%를 차지했다. 전년(57.2%)에서 0.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반면 지난해 정부소득 비중은 23.1%(376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올랐다. 금액 기준으로 1년 사이 9.5%나 커졌다. 정부의 지난해 국세수입은 법인세,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늘어나면서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7000억원(11.3%) 증가했다.
최창용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분열은 소득양극화가 표면적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데 있다"며 "복지나 소득 보전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며,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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