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콘텐츠 없는 상황
2019년 상용화 약속
'행동보다 말 앞선다' 지적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KT가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 홀로그램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인프라인 5G에 대해 남들보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5G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29일 KT는 서울 광화문에서 '5G 버스' 체험 행사를 일반 대중과 KT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참여도가 낮았다. 체험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5G 버스를 체험한 사람은 10명에 그쳤다. 그나마 4명은 사진 촬영을 위해 탑승한 KT 직원이었다.
대중을 상대로는 국내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KT의 5G 버스가 이처럼 인기가 없는 이유는 뭘까. 직접 체험해 본 한 KT 직원은 "이걸 굳이 5G 버스라고 할 이유가 있나"라며 실망스러운 이유를 설명했다.
5G 버스에서는 약 3분간 홀로그램, 증강ㆍ가상현실(ARㆍVR) 등의 콘텐츠를 체험하고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현재 4G에서도 가능한 수준의 내용들이다. 아직 5G를 경험할 수 있는 단말기가 없는 탓에 5G에서만 가능한 킬러콘텐츠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런 비슷한 문제는 KT의 '2019년 5G 상용화' 발언에서도 볼 수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7 기조연설에서 "2019년, KT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통신사 홀로 5G 상용화 시점을 약속한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5G 1차 국제 표준이 정해지는 것이 2019년 6월인데, 경험상으로 기술 표준이 정해진 뒤 단말기가 나오려면 빠르면 1년 반, 2년이 걸린다"며 "상용화라는 것은 통신사가 장비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 단말기로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KT가 이렇게 서둘러서 5G를 외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5G에 대한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KT는 '기가팍팍' 등의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행했으며, 자사의 상당수 상품명에 '기가'를 붙이면서 '기가인터넷 하면 KT'라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4G에 일찍 뛰어들지 못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KT는 주파수 경매에서 실패하며 LG유플러스, SK텔레콤보다 뒤늦게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11년 6월 경쟁사가 LTE 상용화를 외칠 때 KT는 '3W 전략'을 꺼내들었다. 와이브로(WiBro), 와이파이(WiFi), 3G(WCDMA)의 앞 글자를 딴 조합 용어다. 3G 이동통신망으로 몰리는 무선 데이터를 분산, 수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와이브로가 LTE에 밀리면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KT는 LTE 3위 사업자라는 수모를 당했고, 2013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연간 실적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LTE 서비스를 늦게 시작하면서 몇 년간 영업이 힘들었다는 점을 체득한 후 KT가 5G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