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31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수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뒤 21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세 번째로 구속됐다.
검찰은 내달 19일까지 최장 20일 동안 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 기간을 모두 활용하지 않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달 17일 전에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함께 SK그룹과 롯데그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마무리수사 및 사법처리를 끝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종결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45분께 검찰의 K7 차를 타고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입감 절차를 밟고 '미결수'로 수용됐다. 미결수는 아직 형의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수용자를 일컫는다. 박 전 대통령은 규칙에 따라 사진촬영과 지문채취, 신체검사 등을 거쳤고 연두색 겨울용 수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8시간40분 동안 진행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 이를 바탕으로 한 8시간여의 심리 결과를 종합해 이날 오전 3시께 검찰이 청구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구속영장 발부 배경을 설명했다.
전날 오후 7시30분께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온 박 전 대통령은 이웃한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임시 유치시설로 이동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대기 장소는 강 판사가 지정했다. 법원에 출석할 때는 청와대가 제공한 차로 이동했지만, 영장심사를 받고 검찰로 이동할 때부터는 검찰의 차로 움직였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할 때처럼 나올 때도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검찰은 지난 27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13개 범죄사실)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특수본 1기'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한 거의 모든 혐의를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뇌물수수 공모 혐의,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강제모금 공모 혐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공모 혐의 등을 망라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우리나라는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전직 국가원수가 구속되는 불행한 역사를 떠안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의 영장심사 제도를 통해 구속된 첫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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