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살며 생각하며]봄의 증거, 움틈

시계아이콘01분 47초 소요

[살며 생각하며]봄의 증거, 움틈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AD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던 날 오후 페이스북에 짧은 글은 남겼다. '봄을 봄' 드디어 봄이 왔다고, 완연한 봄을 이제야 보았다는 개인적 선언이었다. 그 후로 2주가 흘렀고 곧 올 것 같았던 봄은 여전히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분명 봄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봄이 오긴 오는 걸까?


지난 주말 춘천에 사는 한 지인이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시비를 건다. 늦은 오후였는데 살짝 말이 꼬이시는 걸로 미루어 짐작컨대 낮술을 한 모양이다.

'정교수, 그 날 봄을 봄. 그렇게 썼지요? 그거 확실해요? 그 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소?'


투정하는 그를 달래며 답을 곧 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글은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봄이 왔다는 걸 증명하는 방법.

봄. 영어로 스프링. 뭔가 말려있던 것이 힘차게 튀어 오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새싹을 뜻하는 sprout도 어원이 같다.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나는 싹을 우리말로 '움'이라고 한다. 아직은 작고 약하지만 창대한 미래를 접어 간직한 새싹이다. 봄의 징조를 살피려면 움이 도처에 있느냐를 잘 관찰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 새싹들이 있는가? 움이 돋아 있는가?


[살며 생각하며]봄의 증거, 움틈

돌아보니 파릇파릇한 움[sprout] 대신 무거운 움[weeping]이 보인다. 차가운 동거차도의 바다 속에서 긴 시간을 견뎌온 세월호가 거짓말처럼 떠올랐고 세월에 난 세월의 상처를 보고 남겨진 자들은 또 운다. 울음은 개인적이기도 하고 집단적이기도 하다. 미수습자 부모는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울고 유가족이 된 부모는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자식을 마음에 품고 운다. 그들의 울음은 현재진행형이고 영원히 과거완료가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도처에 울음이 가득가득한데 봄이 오긴 오는 걸까? 이 눈물의 홍수 속에 새싹은 어디 있을까?


어쩌면, 새싹[움]에 눈물[움] 담겨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두 움이 다르지 않고 같은 봄을 증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울음이 터지는 날 오랫동안 기다렸던 움이 트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필 것이다. 봄은 그렇게 움[sprout]이 틀 때, 움[weeping]이 터질 때 홀연히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봄이 올 것이라는 첫 번째 증거. 도처에 움이 가득하다!


'트다'라는 말을 다시 보자. 트다라는 말은 타동사로 '막혀 있던 것을 치우고 통하게 하다'라는 의미이고 자동사로는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뜻이다. 움이 트는 모습은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차원으로의 변이(transformation)이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혁명이다. 움이 트면 지금껏 보이지 않던 생명의 실체가 꿈틀거리며 성장하고 울음을 터트리면 가슴속에 담고 있던 슬픔의 실체가 세상으로 뚫고 나와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하지만 트는 행위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오랜 숙성과 기다림, 그리고 적절한 수분과 넉넉한 태양, 무엇보다 쉼 없는 계절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고통이 수반되는 움틈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잔인한 행위이다. 자신의 몸을 찢어야 겨우 싹이 뻗기 때문이다. 고통 없이 새로운 세상이 오겠냐만 우리가 지금껏 지나온 겨울은 너무 추웠고 혹독했다. 추웠던 만큼 따듯한 봄이 더 그립고 더 고마울 것이다.


봄의 증거, 움[sprout, weeping]이 지천에 있다. 움을 틔우기 위한 우리들의 수고도 쌓이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간절히 바라지만 종국에는 도래하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 결국에는 겨울은 가고 봄이 올 것이라는 단단한 결기. 아무리 부정하고 막으려 해도 봄은 지척에 있다. 눈물이 터지고 움이 트는 그 날 우리는 봄의 실체를 보게 될 것이다. 함께 우는 날, 그 날 봄은 불현 듯 오고야 말 것이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214:58
    베트남 '하노이 핫플' 韓 쇼핑몰 그대로 옮겨놨네
    베트남 '하노이 핫플' 韓 쇼핑몰 그대로 옮겨놨네

    ⑩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West Lake)'를 마주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출입문 앞 광장의 분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빅뱅의 '하루하루' 등 K팝 리듬에 맞춰 조명과 물줄기가 시시각각 변했다. 한껏 멋을 낸 20대 여성들과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분수대와 쇼핑몰을 배경으로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내부는 화이트톤 인테리어부터 떡볶이 무한리필 뷔페 '두끼'와

  • 26.01.2209:09
    "어라, 여기가 한국인 줄"…떡볶이 무한리필에 뷰티숍까지 '하노이 핫플' ⑩
    "어라, 여기가 한국인 줄"…떡볶이 무한리필에 뷰티숍까지 '하노이 핫플' ⑩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West Lake)'를 마주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출입문 앞 광장의 분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빅뱅의 '하루하루' 등 K팝 리듬에 맞춰 조명과 물줄기가 시시각각 변했다. 한껏 멋을 낸 20대 여성들과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분수대와 쇼핑몰을 배경으로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내부는 화이트톤 인테리어부터 떡볶이 무한리필 뷔페 '두끼'와 중식당 '연경',

  • 26.01.2207:11
    맥날은 체면 구겼는데…"치킨 염지까지 맞춰" 까다로운 베트남서 '훨훨' 롯데리아 ⑨
    맥날은 체면 구겼는데…"치킨 염지까지 맞춰" 까다로운 베트남서 '훨훨' 롯데리아 ⑨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West Lake)를 바라볼 수 있는 롯데리아 락롱콴점. 4만6000동(약 2500원)짜리 치킨볼 라이스를 주문하자 10조각 남짓한 팝콘 치킨에 안남미로 지은 밥 한덩이와 달걀 프라이, 토마토와 양배추샐러드 등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겉면에 윤이 나는 소스를 바른 팝콘 치킨을 한 입 베어 물자 강렬한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 이우주 베트남 롯데리아 운영팀장은 "퀵서비스 레스토랑(QSR)에서 버

  • 26.01.2115:53
    '뷔 얼굴' 하나로 국적이 바뀌었다…한국어만 들어가면 불티나게 팔려
    '뷔 얼굴' 하나로 국적이 바뀌었다…한국어만 들어가면 불티나게 팔려

    지난달 일본 최대 뷰티 편집숍 '앳코스메 도쿄(@come TOKYO)'는 일본 뷰티 브랜드 '윤스(Yunth)'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로 북적였다.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의 거리 '하라주쿠'에 위치한 매장은 K팝 아이돌인 방탄소년단(BTS) 뷔의 대형 사진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스는 지난해 10월29일 뷔를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문객들은 윤스를 K뷰티 브랜드로 오

  • 26.01.2110:09
    "K뷰티 따라잡는 J뷰티, 잘못하면 성장세 꺾여"⑧
    "K뷰티 따라잡는 J뷰티, 잘못하면 성장세 꺾여"⑧

    어재선 코스맥스재팬 법인장은 "K-뷰티는 올해 상반기까지 손 쓰지 않으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 법인장은 지난달 일본 도쿄 니혼바시역 인근 코스맥스재팬 사무실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K뷰티가 일본에서 '잘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큰일 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K뷰티가 현재 일본에서 '일상'으로 자리잡은 소비재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일

  • 26.01.2208:37
    "안정적 한미관계…이재명표 '플레이 볼' 효과"
    "안정적 한미관계…이재명표 '플레이 볼' 효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출범한 뒤 보인 예측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진보 정권인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와 '플레이 볼(play ball·상대에 맞춰 협상에 응하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워싱턴D.C. 기반의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사진)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

  • 26.01.2115:15
    Make Only Rich Great Again…부자만 다시 위대하게 만들다
    Make Only Rich Great Again…부자만 다시 위대하게 만들다

    트럼프 1주년③ 정책수혜 부유층에 집중…서민 삶은 '팍팍'2024년 11월 트럼프 재집권 이후 억만장자들 재산 직전 5년간 연평균 증가율보다 3배 빨리 늘어머스크 재산 1년새 2340억달러↑…베이조스 150억달러↑중간 선거 앞두고 최대 화두는 '감당 가능 생활비'美가정 평균 전기요금 전년대비 6.7% ↑ 제조업 일자리는 8개월째 감소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1년간 정책 수혜가 집중된 부유층의 재산은 급증했으나,

  • 26.01.2111:08
    트럼프 1년, '부자만' 메이크 그레이트 어게인
    트럼프 1년, '부자만' 메이크 그레이트 어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1년간 정책 수혜가 집중된 부유층의 재산은 급증했으나, 고물가 부담이나 관세 인상 후폭풍으로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최근 발표한 연례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16% 증가한 18조3000억달러(약 2경70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억만

  • 26.01.2111:08
    "'조지아 사태 139일', 美투자 철수할 일 아냐"
    "'조지아 사태 139일', 美투자 철수할 일 아냐"

    "이제 조지아에서 한국 여권을 들고 있다면 이민세관단속국(ICE)도 더욱 조심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투자를 시작한 기업이라면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 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1년간 행적을 돌아볼 때 반(反)이민 기조를 우리 국민이 몸소 체험한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또 한미 동맹사의

  • 26.01.2011:53
    美우선주의 앞세운 '행정명령 폭격기'
    美우선주의 앞세운 '행정명령 폭격기'

    '관세(Tariff)·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강한 정부(Strong Executiv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1기보다 더 과감한 추진력으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보다 4배에 가까운, 220여건의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강도 높은 이민 단속과 관세장벽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섰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거나,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

  • 26.01.2211:15
    이언주 "이혜훈 '청약 문제' 있을 수 없는 일,여론 매우 안 좋아"
    이언주 "이혜훈 '청약 문제' 있을 수 없는 일,여론 매우 안 좋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1월 21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수석최고위원, 미래경제 성장전략위원장도 맡고 있죠? 바쁘실텐데 나와주

  • 26.01.2116:08
    장충단공원 이준 열사 동상과 오세훈 시장의 특별한 관계③[시사쇼]
    장충단공원 이준 열사 동상과 오세훈 시장의 특별한 관계③[시사쇼]

    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성동구청장) ②장미경(박홍근 의원) ③송현옥(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5선에 도전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