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월호가 그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후 팽목항에는 유가족과 위문객들이 삼삼오오 찾아들고 있다. 오전까지 구름이 짙게 드리웠었지만 점심이 지나고 햇볕이 내리면서 날씨는 포근하기까지 했다. 팽목항 난간에 매단 노란리본만이 바닷바람에 흔들렸다.
팽목항을 찾은 위문객들은 세월호가 떠오른 남서쪽 맹골도 방향을 바라보면서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빌었다.
무안에서 팽목항을 찾은 김숙례(52)씨는 "유가족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세월호가 인양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다"며 "무사히 인양을 끝마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팽목항에 상징으로 자리잡은 빨간 등대 앞에서는 원불교 교무들이 모여 미수습자의 무사 귀한을 빌었다. 위문객들도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들 뒤로 등대에는 새겨진 '남겨진 9명의 기다림'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이날 항구 주변에서 만난 진도 주민은 "오늘 아침 TV로 세월호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어서 빨리 인양작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항구에 세워진 노란리본 동상에 마련한 음식들이 놓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 오십대 남성은 "왜 이제서야 인양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늦어지고 있는 인양 작업을 한탄했다.
팽목항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조문객들을 바라보던 한 유가족은 "아직까지 잊지 않고 찾아주는 마음이 고맙다"고 말했다.
90대 노모를 이끌고 팽목항을 방문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유가족 관계자는 "세월호가 떠올라 우리 아이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팽목항 한쪽에서는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이 나와서 팽목항을 찾은 위문객들에게 커피를 나눠줬으며, 진도군보건소는 만일에 있을 사고에 대비해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과 위문객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들까지 몰리면서 주변 일대에 교통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도=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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