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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기관사의 비극적 선택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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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기관사의 비극적 선택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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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비슷한 판례 뒤집어…"산재 인정"
"철도 기관사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조치 시급"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40대 가장이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었다. 그가 투신한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철길은 20여년 넘게 그가 전동차를 몰며 수시로 오가던 길목이었다.


그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할 마지막 장소로 익숙한 그 길을 택한 것이었다. 2012년 6월의 일이었다. 초여름 햇살은 그날따라 유난히 눈부셨다.

1988년 서울지방철도청(지금의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해 기관사로 일하던 박모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2003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박씨는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전동차를 운행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선로에 뛰어든 배모씨가 그가 운행하던 전동차에 치어 사망하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불가피한 일이었다. 기관사 박씨는 사고 직후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직접 수습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의 충격은 컸다. 회사에 후유증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 그 와중에 지하철 기관사로 전보돼 1인 승무를 하면서 고객 항의 등 스트레스에도 수시로 노출됐다.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지만 악몽은 계속됐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괴로움에 시달리던 박씨는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택했다.


박씨의 사망 이후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재심사청구마저 기각됐다. "재해자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확인되지 않고, 업무와 관련한 정신병력이 아니다"라는 게 공단의 불승인 사유였다. 2014년 6월 행정소송을 냈다.


최근 대법원은 법정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박씨의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결정이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사상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질환 발생 사실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향적으로 인정했다. 1호선 기관사로 근무하며 받은 스트레스와 업무환경을 부수적 자살요인으로 봐 업무상 재해로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2014년 10월 대법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철도기관사가 근무 중에 사망사고를 목격했어도 7년 동안 이상 없이 근무했다면 그 이후의 자살 시도로 얻은 질병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전례가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새날 최종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기관사들의 사상사고로 인한 후유증과 이로 인한 자살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의미있는 선례"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자살에 대해 전향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외상사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철도 기관사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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