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가계부채 7대 해법' 중 하나로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발표한 가운데 금융권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34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증가 폭으로도 14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란 말 그대로 이처럼 폭증한 가계부채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 더 이상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사실상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를 위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동시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가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각 가구별 총소득 중 고정지출비 등을 제외한 소득 중 빚을 상환하는데 사용되는 금액 규모를 나타낸 것으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의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133.1%였던 이 지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51.1%를 기록하며 크게 뛰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실효성'을 지적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소득 증가율이 0%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계부채 증가율을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이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기존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때문에 실수요자가 피해를 부작용도 발생했다. 또 우량대출 등은 리스크가 크지 않은 만큼 다중채무자나 한계가구 등 실제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는 부분을 따로 떼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총량규제 보다는 대출항목과 채무유형 별로 들여다보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적 규제만 옥죌 경우 대출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되레 시중금리 상승 효과가 나올 수 있다. 1금융 대출 전선에서 밀려난 저소득, 저신용 한계가구가 비제도권 사금융으로 떠밀려 대출절벽에 직면할 가능성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규제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지 않고 총량을 틀어쥐게 되면 정작 연체없이 돈을 꼬박꼬박 갚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고 자금이 경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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