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6일 밝힌 가계부채 관련 ‘금융공약’을 들여다 보면 회수불가능채권에 대한 채무감면이 쟁점 사안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회수 가능성은 없는데 채권은 살아있으니 채무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 하고 금융회사는 채권관리비용만 늘어나는 실정으로, 회수불능채권은 채무조정을 통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 203만명ㆍ22조 6000억원 규모인데, 채무감면은 채무자의 연령ㆍ소득ㆍ재산ㆍ지출정보를 면밀히 심사해 실시하고 채무감면 후 미신고 재산이나 소득이 발견되면 채무감면을 무효화하고 즉시 회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중은행이나 금융공공기관에서 개인채권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드는 데다 상당수는 회수가 불가능 한 만큼 채무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무조건적인 채무감면은 도적적 해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엄중한 심사과정을 통해 정하고, 나중에 채무자가 상환 능력이 생길 경우 회수한다는 안전장치를 뒀다.
문 전 대표가 지적한대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개인 채무조정 신청이 동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개인 워크아웃 대채무자에게 채무 감면이나 상환 기간 연장 등 채무상환부담을 덜어주는 채무조정 신청이 전년 대비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신용회복지원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조정은 9만6319명이 신청해 2015년(9만1520건) 대비 4799명(5.2%)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등 6개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개인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4조9000억원 수준이다. 관련 채무자는 71만80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은행은 보통 연체한 지 1년 정도가 지나면 채권을 상각(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하는 것) 처리하지만, 금융 공공기관은 연체 채권을 상각하지 않고 3∼10년간 보유한다는 점이다. 소멸시효를 연장해 최대 15년까지 들고 있기도 한다.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전체 부실채권 대비 상각 채권 비중은 45%로 은행권의 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여러 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이 민간 금융기관에선 채권이 상각돼 최대 60%의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데 금융 공공기관에선 원금 감면 혜택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타난다.
그래서 문 전 대표가 꺼내든 카드는 미국의 채무조정 시스템 TDR(Troubled Debt Restructuring)과 비슷하다. 미국은 은행이 채무자에 대한 큰 폭의 채무조정을 하고, 차주가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 원금을 감면해준다.
단, 채무불이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은행이나 채무조정 담당자는 개별 채무자의 재산상태와 예상 소득 등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상환일정 변경, 금리 조정, 연체 이자 조정 등을 통해 채무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며“무조건적인 감면 보다는 면밀한 검토를 통한 선별적인 감면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