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페미니즘단체 부착 게시물 훼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대학 내 여성혐오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중앙대다. 모 학과의 페미니즘(여성주의) 단체가 '3ㆍ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부착한 게시물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16일 중앙대 한 학과의 페미니즘 소모임 '참페미(참을 수 없는 페미의 즐거움)'에 따르면 이들이 '이 많은 말들은 누가 다 했을까'라는 제목으로 과학생회실 한쪽 벽에 부착한 게시물이 지난 9일 오후10시30분에서 10일 오전1시30분 사이 누군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찢겨진 게시물은 바닥에 버려졌고, 게시물 위로 뻥튀기 과자가 쏟아져 있었다.
이 게시물은 여학생들이 대학 동기, 선ㆍ후배, 교수 등으로부터 일상적으로 겪은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을 폭로하자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참페미는 인터넷을 통해 익명으로 제보 받아 게시물을 만들었고, 지난 5일 과실 벽에 부착했다. "이렇게 말라서 애는 낳을 수 있겠냐", "예뻐져서 연애할 때 됐다", "걔(여학생을 지칭) 누구랑 잤대", "교수님에게 술은 네가 따라줘" 등의 내용이 주를 이었다.
참페미는 게시물 훼손 사건을 여성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2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했다. 참페미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익명의 힘을 빌려 용기 내 말하는 여학생들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여성의 목소리는 찢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써나가겠다"고 밝혔다.
참페미는 지난달 결성됐다. 이번 게시물 제작이 첫 사업이어서 회원들의 충격이 더 컸다. 참페미 회원인 김모(25)씨는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혹시나 누군가 낙서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예상은 했는데 통째로 찢겨 나갈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다들 경악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대학 내 여성혐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민대ㆍ고려대ㆍ서강대ㆍ서울대ㆍ연세대 등에서 남학생들이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특정 여학생에게 언어 성폭력을 가하거나 학과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등의 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과거 여학생들에게 외모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회장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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