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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는 풍경]"여성의 몸 제약하는 공간의 두려움 사라져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초

-불꽃페미액션, 강남역 사건 이후 만들어져 여성운동 활발
-"겨드랑이 털 기르고 비키니 입을 수 있는 자유를 꿈꾼다
"

[사람이 있는 풍경]"여성의 몸 제약하는 공간의 두려움 사라져야"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이가현(오른쪽·26·여)와 김세정(25·여)씨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선물 받은 꽃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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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일상 속에서 공포심이 없었으면 해요. 밤길을 걸을 때 무서워한다거나 화장실에 들어갈 때 주위를 살펴야 하는 그런 일이요. 여성의 몸을 제약하는 공간의 두려움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근처에서 만난 대학생 이가현(26·여)씨의 말이다. 그는 '불꽃페미액션'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불꽃페미액션은 여성 8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한 건물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이후 만들어졌다.


경찰이 당시 강남역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살인'이라고 발표하면서 불꽃페미액션은 이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언론의 '00녀'에 대한 여성혐오 보도 조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직장인 여성들도 참여하고 있다.

여성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들에겐 가혹한 낙인이 찍힌다. 남성을 싫어하거나 남성에게 사랑을 받지 못 해서 여성운동을 한다는 편견을 견뎌야 한다. 활동가 김세정(25·여)씨는 "자기 수준에서 이해가 안 가는 남녀 문제를 나에게 설명해봐라 요구를 한다거나 태그를 걸어서 이건 어떻게 생각해 물으며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조금만 틀린 말을 하는 것 같으면 꼬투리 잡아서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여성운동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겐 페미니즘과 관련된 얘기도 쉽사리 하지 못 한다. 김씨는 "활동가 사회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지만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한텐 페미니즘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얘기했다간 무안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페미니스트인데 화장을 해도 될까, 남자를 사귀어도 될까, 더치페이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들 페미니즘을 어렵고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여성들도 불꽃페미액션에 참여한다. 후원도 하고 퇴근 후 함께 모임도 갖는다. 김씨는 "언니들에게 이곳은 어쩌면 해소의 공간인 것 같다"며 "페미니즘에 대해서 얘기도 못 하고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그런 것들을 다 쌓아 놨다가 풀고 간다"고 했다.


다음달 1일 만우절을 맞아 불꽃페미액션은 '천하제일 마초대회'를 준비 중이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풍자한다. '천하제일 겨털대회'에서 아이디어를 딴 것으로 겨드랑이에 기른 털을 잘 보이게 입고 와서 이를 자랑하는 대회다.


불꽃페미액션은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씨는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갈 때 이어폰 한 쪽을 빼지 않았으면 좋겠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싶은데 염산 맞으면 어떻게 하냐는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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