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대통령을 남긴 박근혜정부가 지난달 실업률 5%대를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1월 이후 7년1개월만이다. 동월 기준으로는 16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 4년간 무려 5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치솟는 실업률을 잡지 못하는 등 일자리 성적표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취업자 수는 2578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만1000명 늘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14만5000명), 보건및사회복지업(7만5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증가했고, 제조업(-9만2000명), 운수업(-3만4000명) 등은 감소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면서 자영업자 수(552만1000명)는 1년 전보다 21만3000명 늘었다.
2월 실업률은 5.0%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실업률이 5%대를 나타낸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1월(5.0%)에 5%대를 기록했었다. 동월 기준으로는 2001년 2월의 5.5%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동안 실업률은 꾸준히 치솟았다. 이명박(MB)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2년2월 실업률은 4.2%였다. 청년실업률 역시 2012년2월 8.3%에서 지난달 12.3%로 치솟았다. 실업자는 104만2000명에서 135만명으로, 청년실업자는 35만명에서 54만8000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2013년2월과 비교해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실업률은 4.0%, 청년실업률은 9.1%였으나, 4년간의 재임기간 중 각각 1.0%포인트, 3.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4년간(2013∼2016년) 일자리 예산이 총 52조3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을 고려해도 확연히 악화된 지표다. 매년 두세차례씩 발표한 일자리 대책이 미봉책에만 그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월 실업자 수 역시 135만명으로 외환위기 중이었던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동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아르바이트 학생 등 숨은 실업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2.3%를 기록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0.7%포인트 상승한 24.1%에 달했다.
그나마 고용률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이 또한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였던 고용률 70% 로드맵에는 훨씬 못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MB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64.2%에서 지난해 66.1%로 높아졌다. 2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65.6%를 기록했다.
단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등은 줄고 저임금 서비스업과 영세 자영업 일자리, 시간제 일자리 등으로 채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가 곧 민생'이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는 성장 없는 일자리 대책의 한계로도 지적된다. 그간 정부의 대책이 당장 보릿고개를 넘어가기 위한 단기적 재정투입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일자리창출→소비 증가→내수 활성화→기업의 채용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14년(3.3%)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추경경정예산 편성, 확대재정 등에 기댄 것이다. 올해는 1%대 추락마저 우려되고 있다. 재정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 또는 앞당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시작해 경기불황에 들어서자 단기성ㆍ단발성 정책만 냈다"며 "결국 원인은 경기불황인만큼 기업이 채용을 늘리도록 하고 고용정책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 중장기 흐름을 감안해 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청년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 역시 "올해 연간기준으로도 실업률 4%대가 우려되는 만큼, 당장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2월은 졸업, 공무원 원서접수 등 계절적 요인으로 다른 달에 비해 (실업률이) 높은 편"이라며 "청년ㆍ여성 취업연계 강화 등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을 지속하면서 3월중 청년 일자리 대책 보완방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감소한 1649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구직단념자는 49만8000명으로 2만4000명 늘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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