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22분간 대한민국 짓누른 중압감..."박근혜를 파면한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문제원 기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0일 오전 11시 20분 경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의 파면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헌재 대심판정 안에는 취재진과 방청객 등 100여명이 있었지만 소근거리는 소리 외에는 고성 등 그 어떤 소란도 없었다. 이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심판정을 비롯한 헌재 건물 내부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헌재의 선고는 이날 오전 10시 59분 이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강일원·이진성·김이수·안창호·서기석·조용호·김창종 재판관 등 8명이 심판정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선고를 시작한다. 이 사건 진행경과 말씀 저희 재판관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가건 공정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결정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적막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부터 시작됐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소리와 곳곳에서의 작은 웅성거림을 제외하곤 숨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심판장 내부는 기자들과 관계자들로 가득찼지만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동안의 수차례 진행해온 변론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박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되는 선고 당일이라는 막중함 탓에 심판정 내부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선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심판정 내부의 공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선고인 만큼 중압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재판 시작 20여분 전 심판정을 찾은 권성동 의원 및 소추위원단은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만 짧게 한 후 조용히 재판관의 입장을 기다렸다. 권 의원은 때때로 뒷자리에 앉은 소추위원 및 옆자리의 황정근 변호사와 담소를 나눴다. 황 변호사는 잠시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이내 긴장한 표정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는 오전 11시가 다가오자 긴장된 듯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빠졌다. 서석구·이중환·채명성·조원룡 변호사는 선고 5분 전 심판정에 도착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권한대행은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결정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하나하나 평가할 때마다 양측 대리인의 심경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채 모두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이 권한대행이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긴장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초반 이 권한대행이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 자유 침해 부분에 대해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자 분위기는 한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재판부가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한으로 못박으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이내 이 권한대행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며 "피청구인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주문을 읽자 심판정은 적막이 흘렀다.

지난 92일간 고심을 거듭했을 재판관들이지만 결정문을 읽는 데는 22분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고가 끝나고 재판관들이 모두 나간 이후에도 일부 취재진과 방청객은 탄핵심판이 주는 무거운 중압감에 눌려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