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소연 기자]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 조치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ㆍ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면 은행권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특수은행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현지에 진출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중국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은행권의 후폭풍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자 국내 시중ㆍ특수은행의 현지법인들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는 신한(지점수 18개), 국민(5개), 하나(31개), 우리(21개), 기업은행(15개)은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 현지 진출 기업들에 대한 여신규모 등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우선, 이들 은행은 사드 리스크에 노출된 롯데 계열사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롯데그룹 중국 계열사에 제공한 여신은 1조2000억원이다. 중국계를 포함한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이 빌려준 자금 8000억원까지 합치면 2조원 규모다.
시중은행들은 아직 롯데 중국 계열사 여신 한도를 축소하거나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롯데마트 55개 점포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매출 손실이 약 500억원으로 추산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롯데의 매출손실이 점차 커지고 있으나 현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경우에 따라 사드 리스크를 반영해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여신 관리에 나서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내 반한 감정이 장기간 이어져 롯데 뿐만 아니라 다른 대ㆍ중소기업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다. 이 경우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기업은행의 중국 현지법인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20조7620억원이다.
은행들은 사태가 장기화 될 것에 대비, 각 단계별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중국내 영업 위축과 대출 규모 축소, 최악의 상황에서는 지점 폐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중국 동향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감원 금융상황분석실 관계자는 "금융분야로 확산될 수 있어 관련 사안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며 "금융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한감정이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금융회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가 반한감정으로 타격을 입으면 한국내 중국 금융회사들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정진 KB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금융기관들은 한중 경제 교류확대를 보고 진출한 것"이라며"보복 조치가 길어질수록 실물 부문에서 문화 부문으로, 다시 금융 부문으로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