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SK종합화학이 중국 시노펙(Sinopec)과 손을 잡고 후베이성 우한에 건설한 중한석화는 아시아 화학기업 중 최초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연간 250만t 규모의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통상 석유화학 공장이 상업 가동 3~4년 차에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가동 첫 해인 2014년 14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부터 매년 4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 있다.
-4천억 이익내는 중한석화…차이나인사이더 결실
중한석화는 SK그룹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의 최대 결실이자 글로벌 파트너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2006년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차이나 인사이더'전략을 추진했다. 그해부터 매년 중국 보아오포럼에 개근했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는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았다. 2010년에는 그룹 창립 57주년 기념식도 열지 않은 채 보아오포럼으로 향했다.
중한석화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공장, 사우디 사빅과의 합작사 설립 등도 모두 보아오포럼에서 쌓은 정관재계 인사들과의 교류에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최 회장도 계열사 경영진과 보아오포럼을 찾으며 "보아오포럼을 실질적인 사업기회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라"고 독려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최 회장의 뒤를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2013년부터 보아오포럼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최태원 회장 10여년 쌓은 中자산…보아오포럼서 펼칠기회
재계 총수들이 쌓아온 중국 내 인적네트워크는 해당 기업을 떠나 한국 경제에도 소중한 자산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강도를 높이고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재계 총수들이 쌓아온 자산을 활용할 기회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돼 9일부터 재판을 받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출국금지령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중국의 전방위 사드 보복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 당국과 거래기업들을 만나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국금지된 이후 지금까지 족쇄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외교적으로 풀기 어려운 한중 관계를 경제와 비즈니스 외교를 통해 풀 수 있는 기회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달 중순 열리는 보아오포럼을 적기로 꼽는다.
-이재용·신동빈도 출국금지에 발묶여…SK는 유정준 대표가 참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을 비롯한 30여개국 정부, 기업 리더들이 참석하는 자리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초청이 취소되면서 우리 정부참석자로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유일하다. 중국 측은 대신 한국 재계 인사들에는 문호를 열어 놓고 있다.
주최 측이 공개한 최신 명단을 보면 SK그룹에서는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인 유정준 SK E&S 대표가 참석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상무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가 확정됐다. 김 상무는 지난해 이 포럼의 영 리더스 라운드테이블(YLR) 공식 패널로 참석하며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토머스 고 무선사업부 페이먼트 비즈 그룹 상무가 참가하고 이한섭 금호타이어 대표,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운용 규모 250조원인 캐나다연금(CPPIB)의 김수이 아시아 사모투자 대표도 참석한다.
-내주께 출금해제 기대…검찰 수사에 재계 촉각
SK로서도 사드배치 결정 이후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중국 사업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SK종합화학이 시노펙과 부탄디올(BDO) 생산 합작법인은 지난해 말 돌연 취소됐다. SK플래닛은 중국 자본유치에 실패했다. SK㈜는 중국 3위의 소 전문 축산업체 커얼친우업 지분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검찰이 최 회장의 출국금지조치를 연장신청하지 않으면 다음 주에는 출금조치가 해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이미 검찰과 특검수사, 국회 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재계 전반에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면서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하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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