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융복합 서비스 출몰
규제는 여전히 칸막이식…통합 규제 필요
"포털, SNS 등 플랫폼 사업자 규제 받아야"
"산업 발전에 발목 잡을까 우려"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인공지능(AI), 커넥티드 카, 사물인터넷(IoT) 등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이에 걸맞은 통합적인 규제 체제가 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와 함께 '뉴노멀 시대의 ICT 규제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과거 10~20년 발전보다 앞으로 5~10년 사이 변화가 훨씬 크다"며 "이러한 큰 변화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미디어, 통신 플랫폼 산업의 진화 속에서 사업 영역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영역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체계는 여전히 산업구조에 따른 분절된 형태를 띠고 있다.
통신, 방송사업자는 과거의 강력한 사전 규제를 받고 있으나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플랫폼 사업자는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면서도 제대로 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최근 영향력이 전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산업간 충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의 산업적 기여나 사회적 책임 이행수준은 미흡하며, 특히 글로벌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적 책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포털 검색결과 및 뉴스 순위 조작 논란을 예로 들었다.
포털 검색 서비스를 악용, 상업적 이익을 노린 외부의 순위 조작 행위가 발생하는 등 자정 기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도 포털 서비스는 국민 생활과 밀접함에도 외형상 무료라는 이유로 피해구제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네이버의 광고매출이 지상파3사와 신문사의 광고매출을 추월하는 등 국내 미디어산업의 최강자로 등장했다"면서도 "하지만 작년 시가총액은 25조원으로 6위를 기록했으나, 네이버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순위는 26위에서 36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로 확대하면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글로벌 기준을 내세우며 규제 적용의 근거인 매출액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가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통신, 방송, 플랫폼 등 연관 제도를 정비해 궁극적으로 이를 통합해 관리하는 '통신방송통합사업법(가칭)'을 제정할 것을 주장했다.
통신, 방송 사업자 중심의 규제 대상을 ICT 전체로 포괄하고, 수직적 칸막이식 규제를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융합의 수평적 규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또 국내 사업자 위주의 규제를 국내·외 동등 규제로 확대하고, 이용자 권익을 중심에서 규제가 재정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통신, 방송 등 인프라 영역의 규제 잣대를 플랫폼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전파연구실장은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 전체 산업에 동일한 잣대의 사전 규제는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대신 소비자보호, 사회적 책무 등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측면에 대한 규제는 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ICT 규제 개편이라는 명분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우려된다"며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이 중국, 미국처럼 잘나가지도 않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 수준의 규제는 성급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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