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칩, 고래밥, 오감자, 초코송이…오리온 제품
무분별·맹목적인 보이콧 운동 확산 우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이 중국 현지에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 제품의 불매운동을 목적으로 한 브랜드 리스트까지 온라인에 등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현지 시장에서 잘 알려진 오리온의 인기 제품들이어서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보이콧(거부운동)'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보 등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최근 '롯데 보이콧 참여' '롯데 사태' 등을 키워드(해시태그)로 내건 불매운동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나도 참여하겠다"며 끝없이 관련 글을 공유하며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그러나 리스트를 살펴보면 하오리여우(오리온), 하오여우취(스윙칩), 하오뚜어위(고래밥), 야투또우(오감자), 무탕춘(자일리톨), 모구리(초코송이) 등 오리온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중국 현지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국내 브랜드 오리온이 롯데의 계열사로 잘못 알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거론된 제품 역시 현지에서 오랜기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력 상품으로 꼽힌다.
중국 현지 매출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오리온은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달 말 오리온은 현지 홈페이지를 통해 "오리온은 롯데의 계열사, 관계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관련 글들은 SNS상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는 "이게 바로 애국", "애국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 보이콧이야말로 올바른 선택"이라고 덧붙이며 불매운동에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현지의 한 마트 체인점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우리 마트에서는 롯데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써붙여 매대에서 내린 과자 제품을 카트에 담아 놓은 사진도 떠돈다. 그러나 이 역시 롯데가 아닌 오리온의 제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매일 현지 직원과 거래관계 등에 대해서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퇴출 통보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고 유통업체들과도 오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쉽게 제품을 모두 퇴출시키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일부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 때리기에 나선 상황"이라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 일단 정부의 대응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괜한 설명이나 반박을 했다가는 어떤 식으로 반한 감정이 전개될 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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