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보복에 中가지 못하는 신동빈
-3월은 비즈니스 본격화되는 시즌…총수들 석달째 출금
-中보아오포럼, 화해물꼬 틀 기회지만 '한국'은 없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의 전방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 사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지만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 당국과 거래기업들을 만나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국금지된 이후 지금까지 족쇄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특별검사 수사가 종료됐음에도 주요 그룹 총수들에게 채워놓은 출국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재계가 '경영 암흑기'를 우려하고 있다. 3월은 각국 행정부와 국내외 기업의 경영활동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데다 미국 트럼프행정부와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에 대한 기업의 기민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한국 재계는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신 회장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출국금지 상태다. 구속수감돼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은 이미 연말ㆍ연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세계경제포럼, CES 2017, 자동차전장기업 하만 주주총회 등에 참석하지 못했다. 1심 선고가 오는 5월 말께야 나오기 때문에 지난해 11월에 이어 4월5일 예정된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 이사회에도 연달아 불참한다.
특검의 수사기록을 인계받는 검찰이 조속한 시일 안에 출국금지 조치를 풀지 않으면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에 대응하고 중국과의 비즈니스외교를 펼칠 기회마저 사라지게 된다.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을 비롯한 30여개국 정부, 기업 리더들이 참석하는 자리다. 이 부회장은 포럼 이사로 중국 지도자들과 협력과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최 회장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포럼 이사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SK는 내부적으로 최 회장의 참석을 가정해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 회장은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에 힘을 쏟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도체굴기에 나선 중국 기업들을 따돌릴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기 위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발이 묶여 버렸기 때문이다.
재계는 보아오포럼에서 한국만 왕따가 되지 않을까 한숨짓고 있다. 포럼 주최 측이 최근 내놓은 참석자 명단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정부 측 인사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유일하다. 기업인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상무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과 특검은 이미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인들에게 소환조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면서 기업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줬다"면서 "해외도피 우려가 없는 총수들은 하루빨리 출금을 해제시켜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막고 기업 본연의 역할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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