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갈등 격화…중국, 반한여론 이용한 측면공세 시작
롯데 홈페이지 해킹에 불매운동 선동
한국 유통기업 중국 사업 '흑역사'…사드 후폭풍 우려 시장 다변화 조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가 확정된 이후 중국이 노골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화장품이나 식품 등 최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소비재 제조사들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쓴 맛'을 본 유통기업들은 사드 후폭풍 우려에 중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계열사 임직원들은 사드 부지 교환 결정이 내려진 직후부터 비상 대기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에 있다.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직후인 28일 중국 롯데그룹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받아 접속이 중단됐고, 2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선 롯데 관련 상품이 자취를 감췄고 롯데전문관도 폐쇄됐다. 특히 중국정부가 자국 내 여론을 활용해 롯데 불매운동 확산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인 시위를 비롯해 일부 네티즌들의 소규모 단위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매출 변동은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커질 경우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뿐만 아니라 사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한국기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중국은 이달부터 상하이 푸동지역에서 수입하는 일반 화장품에 대해 기존 허가를 등록제로 변경, 시범 시행에 들어갔다. 화장품을 먼저 등록하고 판매한 뒤 사후에 기술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신제품을 신속하게 중국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화장품에 대한 사드 보복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술심사에서 불합격할 경우 기존의 판매분도 회수하는 리스크가 있는 탓이다.
국산 화장품은 중국 경제성장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힌다. 중국인들이 설화수(아모레퍼시픽)와 후(LG생활건강) 등 한국 화장품에 열광하면서 최근 수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은 급성장을 이뤘다. 2015년 기준 국산 화장품의 중국 수출비중은 41%에 달한다.
일찍부터 중국에서 '흑역사'를 써온 국내 유통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중국 사업을 축소해왔다.1990년대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총 6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한때 중국내 매장이 27개까지 늘렸지만, 계속된 적자로 매장수를 정리해 현재는 7개만 남았다. 지난해 이마트 중국 1호점인 취양점이 문을 닫으면서 전면 철수설까지 나왔다. 롯데도 지난달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베이징 인근의 롯데슈퍼 3개 매장에 대한 폐점을 검토해왔다.
중국 기업과 합작 형태로 현지에 진출한 홈쇼핑 업체들은 합작사들의 지나친 요구로 골치를 앓았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합작사 귀주가유구물집단유한공사와의 경영권 갈등으로 지난해 4월부터 현대가유홈쇼핑의 판매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에서 3개 홈쇼핑 법인을 운영하는 CJ오쇼핑은 2012년 동방CJ 지분 26% 중 11%를 현지 미디어사에 매각해야 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2010년 인수한 중국 '럭키파이'에 대한 정리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른 소비재 기업도 마찬가지다. 카페베네는 일부 중국 매장이 소송에 휘말려 1년 넘게 영업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오픈마켓 11번가는 최대 소비시장 중국인 아닌 터키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신흥국을 선택했다.
일각에선 중국내 반한시위가 확산되는 등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사업 철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현지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사드로 인한 한중갈등 악화로 반한 감정마저 확산될 경우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사도 안되는데 중국 정부의 사드 압박까지 점점 강해질 경우 결국에는 (중국 시장 이탈 등) 중대 결심을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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