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특정 단백질 '낚시'로 낚아챈다

미끼 물질 통해 특정 단백질 결합·정제시킬 수 있어

▲미끼 분자를 통해 특정 단백질을 낚아채는 기술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사진제공=IBS]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특정 단백질을 이른바 '낚시법'으로 낚아채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단백질 낚시법'으로 고순도?고효율 단백질을 정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신약개발과 약물의 다양한 작용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연구팀이 분자 바구니인 '쿠커비투릴(Cucurbit[n]urils)'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만 고순도, 고효율로 얻을 수 있는 정제법을 내놓았습니다. 기존 단백질 정제법과 비교했을 때 이종 생물질 오염이 적습니다. 제조, 사용, 보관이 쉽습니다. 앞으로 질병의 원인, 신약 개발, 약물 부작용 연구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암과 같은 질병은 체내 단백질이 변형을 일으키면서 생깁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원리와 발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세포 내 존재하는 수많은 단백질 중 약물과 상호작용하는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존 단백질 정제법은 반응에 첨가되는 다량의 첨가물이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거나 얻으려는 단백질 외 다른 단백질까지 추출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질병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연구팀이 활용한 쿠커비투릴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을 한 분자를 말합니다. 쿠커비투릴은 작은 분자를 담을 수 있는 바구니 역할을 합니다. 자기와 꼭 맞는 짝을 찾아 결합하는 특징을 갖습니다. 이 같은 쿠커비투릴의 특징을 활용해 미끼로 유인해 물고기를 잡는 낚시처럼 미끼 물질을 통해 특정 단백질을 얻는 '단백질 낚시법'을 개발했습니다.

암의 일종인 피부T세포 림프종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사하(SAHA, Suberanilo-hydroxamic acid-ammonium-adamatane) 약물은 탈아세틸화효소에 선택적으로 상호작용해 병을 치료합니다. 아직도 이 약물의 작용 기작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변형된 사하(SAHA) 약물을 탈아세틸화효소에 대한 미끼로 사용했습니다.

사하 미끼가 탈아세틸화효소와 결합하면 낚시 도구인 쿠커비투릴 수용체가 다시 이들과 결합해 탈아세틸화효소를 농축합니다. 이후 쿠커비투릴과 보다 강하게 결합하는 페로센 변형 화합물이 미끼인 사하 약물과 치환되면서 탈아세틸화효소만 남아 추출이 가능해집니다. 초분자화학을 기반으로 탈아세틸화효소만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도 모든 과정이 가능함을 증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이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2월1일자 온라인판(논문명:Enrichment of Specifically Labeled Proteins by an Immobilized Host Molecule)에 '주목할 만한 논문(hot paper)'으로 실렸습니다.

김기문 단장은 "단백질 낚시법으로 사하 외 다른 약물을 분자 미끼로 이용한다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리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백질 낚시법은 기존의 주된 단백질 정제법과 상호보완적으로 적용이 가능해 약물의 부작용을 낮추고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