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재계, 탈(脫)정치 선언] 정치권과 거리두기..."정경유착 고리 끊는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0초

단호한 선긋기...재계, 탈정치 선언한다

상의,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 기준 강조
전경련, 환골탈퇴. 정경유착 근절
삼성전자, 후원 기부금 투명성 강화


[재계, 탈(脫)정치 선언] 정치권과 거리두기..."정경유착 고리 끊는다" 전경련
AD

[이사아경제 강희종·심나영·송화정 기자]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탄핵정국의 대혼돈 속에서 양대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24일 각각의 회의를 열고 '탈(脫) 정치'를 선언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


재계의 이같은 선언은 탄핵정국의 빌미를 제공한 정경유착의 오랜 관행을 잘라내기 위해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정치권과의 거리두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경제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법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경영을 실천할 것"을 결의했다. 회장단은 "성숙한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공인 스스로 법보다 높은 수준의 규범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를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이례적으로 회장단 결의를 통해 윤리경영을 강조한 것은 불법 정치자금 등 정경유착의 고리를 스스로 끊겠다는 다짐이자 정치권에 대한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는 금지행위는 철저히 지키되, 국가경제와 기업을 위해 법에서 허용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4연임을 수락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앞으로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정경유착 근절 의지를 밝혔다. 전경련이 탄핵정국의 조연급으로 해체 위기까지 내몰렸던 만큼 변화와 혁신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대 경제단체가 같은 날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치권과의 관계 재 설정을 의미하는 만큼 앞으로 재계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외부에 지급하는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CSR 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의결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지출은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그 내용은 외부에 공시하기로 했다. 또한 분기별로 발간하는 사업보고서와 매년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다.


외부 단체나 기관의 요청에 따른 기부, 후원, 협찬 등의 후원금과 삼성전자의 사회봉사활동, 산학지원, 그룹 재단을 통한 기부 등 사회공헌기금이 모두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기부금에 한해, 자기자본의 0.5%(약 6800억원) 이상 (특수관계인은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서 결정했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사전 심사를 위한 심의회의 신설 ▲분기별 운영현황과 집행결과 점검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심의회의는 법무를 비롯해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팀장이 참여하며, 매주 한 번씩 모여 심사를 진행한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이 심의 대상이다. 심의회의에서 지원이 결정된 경우에만 다음 절차가 진행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집행을 점검하게 돼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이사회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경영위원회 의결과 같은 과정을 거쳐 기부금을 내도록 규정을 변경할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도 기부금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 시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기부금 기준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ㆍ비금융사 등 각 계열사 사정에 맞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기업들도 삼성의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이 했다고 해서 바로 따라 할 수는 없다"며 "현재 이사회 내에 투명경영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기부금을 포함한 각종 안건을 보고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