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과장ㆍ차장급 직원 70여명과 '치맥타임'을 가졌다. 최고경영자(CEO)가 과ㆍ차장급 직원들과 어울려 스스럼없이 '치맥'을 즐기는 모습은 그간 보수적인 농협의 분위기 속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접한 사람들은 "관료 출신 같지 않고, 비효율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는 때로는 '대면보고' 보다 '카톡보고'가 더 긴밀한 소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효율을 중시하는 CEO다.
그래서일까, 최근 농협금융의 변화된 모습은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다. 그가 진두지휘한 지난 2년 동안 농협금융은 현장, 스피드, 소통, 신뢰라는 4대 경영 나침반을 지표로 삼고 조직의 효율성 강화에 집중해왔다.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으로 간단히 보고하도록 하고 회의는 1시간 이내, 보고서도 1장 이내로 줄였다.
현장에 맞지 않는 규정을 개정하고 지연ㆍ학연을 배제한 철저한 능력 중심의 인사를 실천했다. 지난 연말 부행장급 80%를 교체하는 등 성과중심 인사 원칙을 확고히 했다.
대내외 어려운 경제여건과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농협금융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업무 전문성이 높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업무현장을 방문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현장 실무자와 대화하면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다.
재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서 다양한 보직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한다.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을 맡으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업점을 다니면서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듣고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리더십의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 필요할 때는 자기 목소리를 낼 줄도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다 보니 회장이라도 '층층시하'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전 CEO들과는 달리 독립적인 인사권 행사를 감행하면서 조직을 단단히 해왔다.
김 회장이 이끈 지난 2년간 농협금융의 경영성과도 양호한 편. 김 회장과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노력으로 지난해 상반기 빅배스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4월 28일까지로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농협금융 이사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4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후임 농협금융 회장에 대한 하마평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지난해 부실여신을 한꺼번에 털어냈음에도 양호한 경영성과를 보여줬다는 점, 농협금융 회장 인사에 영향력이 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김 회장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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