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무료함에 타 종목들 도전
올 여름 이름 걸고 아카데미 설립
"소질 있는 유망주 선수로 키우고 파"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원조 체조요정' 신수지(26)는 손연재(23·연세대)와 리듬체조를 말할 때면 지금도 울컥한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스포츠투데이 2017 챌린지레이스'를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은퇴를 결심한 손연재를 응원했다.
"정말 고생했다. 더 뛰었으면 좋겠지만 리듬체조의 특성상 적지 않은 나이다. 더 이상 바랄 수는 없다."
신수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손연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리듬체조 해설위원으로 가 손연재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손연재와 만나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이국(러시아)에서 생활하면서 외롭고 고된 훈련을 이겨낸 경험이 있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도전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손연재가)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계속 메달을 따고, 올림픽에서도 태극기가 걸릴 가능성이 보이니 꿈만 같았다. 올림픽 메달이 없다고 (손)연재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드시 인정받아야 할 선수다."
신수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만 17세)로 출전했다. 예선에서 12위를 해 상위 열 명이 겨루는 결선에는 나가지 못했다. 손연재가 이를 뛰어넘었다. 첫 올림픽인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결선에 올라 5위를 했고, 리우에서 4위를 해 역대 최고 성적을 남겼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러시아와 영국, 미국 등에서 유망주들을 상대로 재능기부 활동을 했다. 학업을 마치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리듬체조도 간판스타가 물러난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신수지도 이 문제에 공감했다. 그는 "공백이 있겠지만 충분히 채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은퇴하고 (손)연재가 바통을 이어받았듯,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유망주들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수지는 은퇴 후 골프와 프로 볼러 등 '만능 스포테이너'의 길을 가고 있다. 리듬체조를 그만둔 뒤 찾아온 무료함과 회의감을 이겨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되찾은 활기를 토대로 리듬체조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올 여름 자신의 이름을 딴 아카데미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리듬체조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소질이 있는 유망주를 선별해 전문 선수도 육성하고 싶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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