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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민낯]⑦'이혼 권하는 남자?' 한국이혼플래너협회 이병철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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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람있을 때요? 이혼 잘 시켰을 때죠"

[결혼의 민낯]⑦'이혼 권하는 남자?' 한국이혼플래너협회 이병철 회장 인터뷰 국내 1호 이혼플래너인 이병철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률적인 이혼 바깥의 '피부로 느끼는 이혼'에 대해 고민한 끝에 이 직업을 만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진 = 최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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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스러운 두 남녀가 서있는 결혼식장. 성혼 서약을 읊조리는 커플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아름답지만, 비장한 맹서는 머지않아 삶을 옥죄는 사슬이 되고 죽음 아닌 법이 그들을 갈라놓는 일이 빈번한 사회가 도래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혼 혼인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혼 건수는 10만 9천 2백 건, 이혼 인구 10만 시대에 더 이상 이혼은 감추고 비난하며 모른 체할 일이 아닌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그 원인과 대책을 고심해야 할 중대한 사회적 현상이다. 국내 1호 이혼플래너인 한국이혼플래너협회 이병철 회장은 이혼플래너는 이혼을 권하는 직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단, 개인의 행복을 위한 이혼이라면 흔쾌히 권하겠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본격 ‘이혼 권하는 남자’와의 솔직 대담한 대화는 아직 미혼인 필자에게도 결혼을 통한 보편적 가족관을 뒤흔들 변화의 파도 위를 걷는 신선한 체험이었다.


[동영상] 한국이혼플래너협회 이병철 회장이 말하는 '이혼 Insight'



이혼, 인생의 실패에 대한 공포


“기혼자라면 이혼을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까요?” 대뜸 이혼생각을 묻는 그에게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만약 기혼자라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답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국내 1호 이혼플래너인 이병철 씨는 이름도 생소한 직업을 갖게 된 배경이 바로 자신의 경험을 통한 좌절이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38살에 이혼했는데, 그땐 이혼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조언이 간절했었죠.”


물론 이혼의 법리적 과정에선 재무적 문제와 법률적 문제로 진입해야 본격적인 진행이 된다고 보지만, 이 씨는 그에 앞서 이혼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심리상담,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가 이혼했을 당시만 해도 인터넷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아 자료나 책도 없고, 유일하게 법률적으로 이렇게 하면 이혼이 된다, 재산분할, 양육권은 이렇게 된다는 말만 있지 이혼하고 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제가 궁금한 건 이혼 후의 이야기였는데.” 그는 ‘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인가’, 또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결국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이혼으로 돈 버는 직업, 이혼플래너?


이병철 씨는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이기도 한데, 사명(社名)을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한 번 갸웃할 수밖에 없다. ‘주식회사 디보싱’ 대표인 그는 이혼플래너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반응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6년 전쯤인가요 회사를 설립하고 방송에 출연했는데 시청자 중에 보수적인 분들이 회사 홈페이지를 무참히 테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혼으로 돈 벌려고 하느냐는 비난서부터… 말도 못할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직업사전에도 등재된 유망 직업이고,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봐 주십니다.”


하지만 이혼플래너는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인 탓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혼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는 의뢰인에게 이혼을 해라, 하지 마라 얘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행복할지를 터놓고 고민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혼이란 결론이 도출될 때가 있죠.” 직업적으로 언제 가장 보람 있었냐는 질문에 이 씨는 ‘이혼 잘 시켰을 때’를 꼽았다.


[결혼의 민낯]⑦'이혼 권하는 남자?' 한국이혼플래너협회 이병철 회장 인터뷰 이병철 대표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고 여권이 신장될 수록 이혼의 권력은 여성이 갖게 되며, 실제 이혼의 최종 결정권자는 아내라고 분석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결혼생활


그는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조건’이 부부생활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명문대 박사 출신 30대 중반의 한 여성 의뢰인은 역시 명문대 출신 대형 학원을 경영하는 남편과 결혼 후 10여 년간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로 지냈지만, 그 이면엔 지속된 가정폭력과 배우자의 외도가 있었습니다. 6개월간의 상담 중에도 의뢰인은 선뜻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어요. 결정 장애, 지속된 억압 속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낯설어져 버린 거죠. 최고의 엘리트였던 분이.”


이 대표는 중년 부부의 이혼 사유가 자기를 잃어버린 데에 있다면, 젊은 커플의 이혼 사유엔 아예 자기결정력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고도 꼬집었다. “집안의 조건을 따져보고 결혼한 젊은 커플의 경우엔 이혼 상담 때도 부모를 대동하고 옵니다. 사실 결혼적령기의 청춘남녀가 주택마련과 같은 결혼 준비를 감당할 경제력이 부족하다보니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종속되고, 하나하나 부모 뜻에 따라 움직여 이혼도 준비하는 거죠.” 또 옛날과 다르게 결혼에 대한 책임감과 인내심이 부족한 것도 함께 지적했다. “돌아갈 곳, 부모 형제가 있는 내 집이란 회피처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쉽게 이혼을 선택하기도 하죠. 애인일 때와 남편, 아내일 땐 다른 건데 그 차이를 감당하질 못하는 겁니다.”


이혼의 권력은 여자에게 있다?


다양한 이혼 상담을 진행해온 이 대표는 이혼 결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여성, 즉 아내가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황혼이혼을 결심한 부부는 대개 자녀가 어머님을 모시고 옵니다. 아버지는 사회생활에 바빠 한창때 자녀들과 아내에 소홀하다가 은퇴 후 가족을 돌아보게 되지만 아내는 무시당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자녀들은 그런 자신의 유년기를 떠올리며 부모의 이혼을 흔쾌히 지지하는 거지요. 이 경우 남편들은 자식과 부인으로부터 축출됩니다. 그 결정 혹은 선택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있어요.”


하지만 통상 아내가 가사를 맡고 남편이 경제활동을 담당했다면 경제권은 남자 쪽에 있지 않을까? 이 대표는 법과 사회의 빠른 변화상을 들어 앞선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6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호주제가 폐지되고, 부인의 상속분이 높아지는 등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면서 이혼율이 증가합니다. 결혼제도 자체가 산업사회에 최적화된, 남성 편향적 제도인데 이를 감내하거나 꼭 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길어야 100년 안에 결혼제도는 무의미해질 겁니다.” 이미 증가하고 있는 이혼율과 더불어 젊은 세대의 비혼율이 높아진 만큼 전통적 의미의 ‘가족’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이 대표는 4차 산업사회는 여성이 주도권을 잡는 사회라고 예측한다. “힘과 논리가 지배한 산업화 사회에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머리와 감성, 여성의 섬세함이 우세할 수밖에 없죠. 힘으로 종족 보존을 강제할 수단이 없으니 권력의 향방은 자연히 여성에게 향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저희 큰딸에게 잘합니다. 미래를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해요.(웃음)”


[결혼의 민낯]⑦'이혼 권하는 남자?' 한국이혼플래너협회 이병철 회장 인터뷰 드라마, 영화에서 그려지는 만큼 현실의 이혼은 녹록치가 않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서 이혼은 신중히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사진 = KBS2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캡쳐


결혼과 이혼 모두 ‘자존감’이 우선 돼야


드라마나 영화 속 결혼과 이혼처럼 현실의 일은 간단치가 않다. 연애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마약과 같은 효과를 선사하는 호르몬이지만 그 지속력은 길어야 2~3년에 불과하고, 인간이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에 있어 늘 신중해야 하지만, 사랑에 빠진 커플들은 이성보다 깊은 감정의 늪에서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 이병철 대표는 이혼에 앞서 결혼부터 사랑만큼이나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꼭 해보라고 조언한다.


“저는 결혼의 민낯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또 상대방에게 상처 주면서 자존심을 세우는 데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상대의 숨소리만 듣고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순간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속았다고 분노하며 결혼생활의 모든 책임을 배우자에게 전가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과 다를 바 없죠. 설령 속았다 해도 자기 책임을 통감하고 과감하게 이별을 선택해야 떳떳할 수 있습니다. 결혼도 이혼도 모두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요?”



이혼 인구가 10만에 달하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이혼은 사회적 실패자라는 낙인처럼 통용되기에, 그 당사자들은 필사적으로 이혼 사실을 숨기려 한다. 이 대표 역시 연말정산부터 부부동반 모임까지 자신의 이혼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빼고 모두 알고 있어 얼굴이 화끈거렸다면서, 이혼은 더 이상 감추고 숨길 일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선택이라 믿고 당당하게 나갈 것을 주문했다. 결혼을 통한 가족제도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과도기 위에서, 그의 조언은 더욱 인상 깊이 남을 것이다. 결국 결혼도, 또 이혼도 개인의 행복을 위한 과감한 선택일 것이므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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