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가 K스포츠재단 장악” 주장하면서도
정작 재단 인사·예산 등 핵심은 최순실 지시 받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6일 변론기일에 유일한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고영태 당시 더블루케이 이사의 주도로 K스포츠재단 장악이 이뤄졌고, 고씨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취지의 증언을 거듭했다.
하지만 ‘재단 내에서 아무런 직책도 갖고 있지 않은 최순실씨와 어떤 이유에서 재단의 인사·예산 등 재단 운영에 핵심적인 것들을 의논 했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고씨와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이 재단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자신을 이사장 자리에 추천하고 재단 운영을 좌지우지한 최씨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는 스텝이 꼬인 것이다.
정 전 이사장은 정동구 초대 이사장의 퇴임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고씨와 그 무리들이 재단을 장악한 상황에서 비상근 이사장(정동구 전 이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이사장은 고씨와 박씨가 나이도 어린데 거칠고 무례했고, 본인을 빼고 워크숍에 갔다 온 것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고씨가 본인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거만했다”고 깎아내리며, 노씨의 근무태도 불량 등을 자주 언급했다.
정 전 이사장은 “고씨와 노씨가 언론 제보 등 최씨를 협박하려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재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최씨를 협박하고 겁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불량한 근무태도 제지를 왜 최씨와 상의했냐’는 질문에는 “고씨와 노씨, 박씨를 컨트롤하기 위해 최씨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을 고씨가 장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들을 컨트롤 하는 데는 영향력이 있는 최씨와 얘기했다는 취지여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 전 이사장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플라자호텔에서 만나서 (의견을) 전달해줬기 때문에 (최씨가) 위에서 주는 지시를 전달하는 사람이고 의견을 주는 위치에 있지 않겠나, 그렇게 짐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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