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에는
해변이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섬 전체를 둘러싼 갈매기가 있다
또 물 한 방울에는
갈매기가 몇 번씩 긁고 지나간
단단한 하늘이 있겠지
비가 내린다
우산을 펼치면 그치는 변덕스러운 비
그 가운데 중력을 무시하고 떠 있는 물방울 하나
(중략)
나는 걸레로 바닥에 떨어진 물 한 방울을 훔친다
그리고 낱장의 편지지를 꺼낸다
그곳에서 당신이 밤하늘을 보면
윙크를 하며 이렇게 적겠지
물 한 방울 마를 때까지
■ 그럴지도 모른다. "물 한 방울에는" 정말 "해변"이 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섬 전체를 둘러싼 갈매기"가 그리고 "단단한 하늘"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은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 한 방울" 속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여행을 가고 윙크도 하면서 그렇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안타깝고 애틋하고 한편으로는 아득해지기까지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물 한 방울"처럼 불쑥 증발할까 봐, 그러니 오히려 "물 한 방울 마를 때까지" 온 정성을 다해 살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리고 그런 삶을 헤아릴 요령이 다만 감감하기만 해서.
채상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