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4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 삼성의 운명은 16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다시 한번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구속여부를 떠나 특검의 활동과정을 지켜본 재계에서는 특검의 공격은 상당부분 최근의 정국상황과 민심을 적극 이용한 여론전과 심리전에 기댄 측면에 많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당초의 수세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법리적,논리적을 대응하면서도 삼성이 여전히 피해자 로서 표적수사를 당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특검, 여론전에선 이미 삼성에 勝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1차 영장청구 때와 달라진 것은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다. 두 사안 모두 중죄에 해당돼 특검의 주장대로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형이 불가피하다.
1차 영장청구가 기각된 직후에는 영장재청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비춰졌지만 특검은 추가수사와 이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에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삼성 경영진을 한날 한시에 소환조사한 것,이 부회장을 다시 특검 사무실로 공개 재소환 점, 이 부회장의 혐의를 공개·비공개로 계속 흘린 점 등은 모두 여론전의 성격이 짙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재용 청문회로 불린 국회 청문회와 특검의 두 차례의 재소환조사, 1,2차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구치소에서 대기하는 것 등을 생각하면 여론재판에서는 이미 특검에 밀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는 증거나 법리상으로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면서도 법원이 '재벌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게 부담스러워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
-험의추가에 박 사장도 영장재청구…심리적 압박작전
특검은 이 부회장을 제외하고 삼성 주요 경영진은 불구속 수사하겠다고 했다가 이번에 박상진 사장도 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의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을 공범으로 본 것이다. 재계에선 특검이 박 사장에 영장을 청구한 배경을 두고 영장청구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나 박 사장이 심적인 부담을 주는 심리전의 일환으로도 해석한다.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이라는 중죄의 혐의 추가한 것도 다각적인 압박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삼성의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의 지원 과정을 가장 상세히 알고 있고 이번 사태가 불거진 후 초창기부터 검찰에 불려가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고 심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불출석했다. 주치의는 당시 "자살 사고(思考)가 심화해 폐쇄 병동 입원 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 "특혜는 없었다"논리적 반박
특검의 여론전과 심리전에 대한 삼성의 대응은 논리와 법리를 무기로 한 적극적인 반박이다. 삼성은 1차와 2차 영장재청구 과정에서 줄기차게 박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부인하면서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과정에서 금감위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코스피 상장 규정 변경 전에도 (적자인 상태에서)나스닥과 코스닥 상장은 가능했고, 코스피 상장으로 인한 추가 혜택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일부 의혹과 관련해서도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고 공정위도 특혜의혹을 부인했다.최씨 측에 마필 구매를 우회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씨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가없다고 했다.
삼성은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사장이 최 씨 측에 명마 '블라디미르'를 사주고 나서 이를 숨기기 위해 논의한 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특검이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은폐합의 회의록'은 최순실의 일방적인 요청을 기록한 메모였다"며 "박상진 사장은 해당 요청을 거절했으며, 추가지원을 약속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최순실과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합의서가 작성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은 없고 이재용청문회·이재용특검…표적수사에 재계 불만
이미 한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삼성이 추가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해명하는 상황을 지켜본 경제단체와 주요기업들은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려는 특검의 집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삼성과 재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걱정했다.복수의 경제단체 인사들은 "검찰이 이미 삼성을 비롯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들을 피해자로 판단했음에도 특검은 처음부터 뇌물공여자로 규정하고 고강도 수사를 펼쳐왔다"면서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조사도 제대로 못한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만을 대상으로 수사하면서 사실상 이재용특검, 삼성특검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4대 그룹 한 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해야 되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먼지털이식,아니면 말고식의 무차별 수사가 이뤄지고 무죄추정의 원칙마저 무너지고 있다"면서 "글로벌기업의 총수를 대상으로 영장을 재청구하는 전례를 남긴 것은 구속여부와 무관하게 경제주체에 잠재적인 불안요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1차 영장청구가 이뤄진 지난달 18일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최근에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어렵다"면서 "뭘 안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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