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박병호(31)는 메이저리그에서 올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까.
미네소타 트윈스는 지난 4일 박병호를 지명할당(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했다. 오는 11일까지 다른 구단에서 영입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박병호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거포가 부족한 팀에 박병호는 분명 매력적인 타자다. 하지만 CBS스포츠는 박병호를 영입하려는 구단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호가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3년간 925만달러(약 105억원) 계약을 승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밀워키 브루어스는 에릭 테임즈(31)에 앞으로 3년간 1500만달러(약 171억원), 연평균 500만달러(약 57억원)를 지급한다. 테임즈에 도박을 걸었던 사례를 보면 연평균 300만달러(약 34억원)가 조금 넘는 박병호의 연봉이 그렇게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기록을 따졌을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는 박병호가 나을 수도 있다.
테임즈는 2015년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 상을 받았다. 테임즈는 타율 0.381(436타수 180안타) 47홈런 140타점 91삼진을 기록했다. 출루율 0.497, 장타율 0.790이었다. 같은 해 박병호는 타율 0.343(459타수 139안타) 52홈런 124타점 161삼진 출루율 0.436 장타율 0.714였다. 테임즈가 나은 성적을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500만달러(약 57억원)와 300만달러(약 34억원)의 연봉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박병호가 약점으로 지적받는 삼진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 홈런 수에서는 테임즈에 앞섰다. 메이저리그 기록도 비슷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 80삼진을 기록했다. 테임즈는 한국에 오기 전 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타율 0.250(633타수 158안타) 21홈런, 62타점, 633타수 175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현재 자유계약선수(FA) 1루수 자원 중에서도 금액과 나이 등을 감안했을 때 박병호가 나은 점은 분명히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인 크리스 카터(31)는 밀워키에서 250만달러(약 28억원)를 받았다. 그는 올 시즌 연봉 조정 자격을 얻어 연봉이 세 배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뛴 마이크 나폴리(36)는 700만달러(약 80억원)를 받았고 애덤 린드(34)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300만달러(약 34억원)를 받았지만 박병호보다 나이가 많다.
미국 야구 기록 전문 매체 '팬그래프닷컴'은 박병호가 올 시즌 리그에 적응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빠른 공에 약점을 보이며 많은 삼진을 당했지만 일단 방망이에 맞히면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팬그래프닷컴은 박병호의 DFA 조치 소식이 나온 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텍사스 레인저스, 탬파베이 레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박병호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박병호는 지난 2일 미네소타의 스프링캠프가 열릴 미국 플리로다로 출국하면서 "타이밍을 잡기 위해 타격폼을 간결하게 하려고 겨울 동안 많이 준비했다. 타격폼 과정이 열 가지 정도라면 일곱 가지 정도로 줄일수 있게 준비를 했다"며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