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2일 "정치인들의 생각이 모두 다르니 국민이 고생한다"며 기성 정치권을 거듭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이 더 각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정계 은퇴나 마찬가지인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정치권을 향해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그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별로 높지 않다"면서 "나도 사무총장을 할 때 분쟁 당사자 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등의 문제는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문제를 정치인이 해결해야 한다. 실제 정치를 움직이는 건 역시 정치인들"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대선 레이스를 급작스럽게 포기한 이유에 대해선 "결정을 하려면 단호하게 해야 한다"며 "숙고는 오랫동안 할 수 있지만 일단 결정하면 바로 이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등 기성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기존 정당에 들어가는 데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정당이라고 본 새누리당이 분열돼 있었고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나와 뜻을 같이하는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과 힘을 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기에 20일간 열심히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바른정당 고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정대로라면 오늘 회의를 끝으로 반 전 총장 캠프의 선거총괄을 담당하게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의지가 확고했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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