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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인구경쟁력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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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인구경쟁력 문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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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들려온 어느 워킹맘의 죽음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 아이의 엄마이며 보건복지부 사무관이었던 그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자마자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사건은 출산 및 육아의 책임을 개인에게, 특히 엄마에게 떠넘기는 잔혹한 사회적 구조를 표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 여성은 출산을 하는 순간,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육아에만 전념하는 전업맘, 아니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과로에 시달리는 워킹맘 등 세 가지 중 하나로 귀결된다. 여성의 능력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출산’이라는 조건을 입력하면 결과 값이 정해져 있는 이 구조를 이른 바 ‘맘고리즘’이라 부른다.

우리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후 11년 동안 거의 10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2006년 1.12명에서 2016년 1.24명으로, 불과 0.1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6년 출생 인구는 41만여명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며, 15년째 ‘초저출산국’을 기록중이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며, 출생인구 40만명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인구절벽’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세 번째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가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출산 및 육아의 책임이 엄마에게 전가되는 한 출산율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성이 출산을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EU국가에서 여성경제활동인구와 출산율은 정확하게 비례한다. 또한 유연근무가 활성화될수록, 남성의 육아휴직비율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높아졌다. 가정에서 육아는 부모 공동의 책임이라는 사회문화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둘째, 각종 대책과 지원이 현실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 및 육아 지원은 ‘백화점식 대책’이라 할만큼 가짓 수가 많다. 좋다는 제도는 다 갖다놓은 형국이다. 하지만 실행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에서 아빠의 육아휴직은 유명무실하다. 이런 출산지원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출산지원대책은 교육문제, 주거문제, 그리고 세제혜택 등과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20년 30년 앞을 내다보고 일관되게 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정부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20여년을 일관되게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비로소 ‘출산율 증가’라는 성과를 얻은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정부가 말로만 지원을 약속하거나, 정권이 바뀌면 지원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여성은 조용히 출산을 포기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인구는 국가경쟁력의 기반이다. 일본, 프랑스 등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나라들이 인구정책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기존 관념을 버려야 한다. 인구정책은 ‘저출산문제’가 아니라 ‘인구경쟁력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저출산문제’라고 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게 되고 정책의 우선순위, 예산 배분 등에서 뒤로 밀린다. 심지어 가임여성 지도 따위를 만드는 실수를 범한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답이 보일 것이다. 부처간 협력과 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장기간에 걸친 정책 일관성을 갖는 범정부 인구경쟁력 강화기구가 필요하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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