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줄·연줄…그 모든 '부정의 줄'부터 잘라내라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유제훈 기자] "외부로부터의 위기보다는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 일이 더 많다. 과거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힘을 합치면 우리가 못할 일이 없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다. 바로 저출산이다. 저출산은 국민들이 지금 힘을 합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적 심각성을 이같이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새해 2%대의 경제성장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등 저출산·고령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더욱 거세게 휩싸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3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올해부터 줄어 2065년 2062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015년 73.4%였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65년에 47.9%까지 떨어진다.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가 만 65세가 돼 생산가능인구를 졸업하기 시작하는 2020년이 되면 감소세는 빨라진다. 2020년대 연평균 34만명, 2030년대에는 44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서 좌초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 이상 구조개혁(Restructuring)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사회구조개혁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로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 꼽힌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간, 남성과 여성 간에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정은 다시 얼굴을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사회 통합과 갈등 치유를 함께 가져올 수 있다.
교육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 선량한 시민의식을 갖춘 미래시민을 어떻게 키워나갈 지에 대한 토론을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교육개혁'을 외치지만 교육부, 대학, 학원, 기업 등이 외치는 개혁의 방향은 모두 다르다. 모두의 이해관계를 따지면 개혁은 잘 될리 만무하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2~3년 간 교육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정치개혁이 올해 가장 큰 화두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상황이어서 그동안 편가르기,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박질에 익숙한 정치판을 생산적인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삼김(三金)'시대가 끝난 2000년대 이후 거대 양당 구도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은 타협보다 갈등의 정치에 몰두해왔다. 이후 극단적 갈등을 막기 위해 사상 초유의 '국회선진화법'을 마련했지만,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방지하는데 촛점을 두면서 지난 19대 국회를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다당제 연합정치 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정치세력이 병립하고, 여러 정치세력 간의 협상·타협 등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선진적 연합정치는 정의당이 꾸준히 추진해온 목표지만, 제도적 측면이 불비(不備)하다는 측면이 해결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제 정당간 결선투표제 등을 조속히 도입하게 되면 이번 대선국면에서도 선진적 연합정치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의(民意)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의정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한 것은 촛불이었다. 여야 정치권은 정국수습책이나 리더십을 세우는 데 실패했고, 매주 20만→100만→200만으로 늘어나는 촛불민심에 보조를 맞췄을 뿐이다.
이처럼 협력·협치가 실현되고, 민의가 충실히 반영되는 대의제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법으로는 선거제도 개편이 꼽힌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대표적이다. 2위 후보자보다 단 1표만 더 득표해도 모든 권한을 독점하도록 하는 소선거구제는 그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사표(死票) 최소화 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사표를 줄여 민의를 현실과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권력을 나눠 갈등적 정치구도를 청산하자는 이유에서다.
궁극적으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도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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