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대통령제 도입·국회의 권한 확대·지방분권 및 국민주권 확대 등 제안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가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관련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헌법개정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 참석한 시민사회 인사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국회의 역할 확대, 지방 분권 강화 등을 제안했다.
개헌특위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나라살리는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대화문화아카데미, 지방분권국민행동 등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차기 개헌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국민주권회의 소속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은 권력구조개편과 관련,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 전 장관은 우선 "현행 헌법구조는 외견상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이 3권을 모두 통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며 "일방적 결정과 양자택일의 이분법으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만큼 제왕적 대통령에 의한 1인 통치는 막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개헌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는 8년 단임제가 될 공산이 크고, 내각제는 이합집산이 심각하고 당내 기율이 강고하지 않은 우리 정치문화의 특성상 수용되기 어렵다"며 "현재 정치상황으로 볼 때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혼합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권한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소속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법률제출권, 정책결정권,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등 국가의 5대 권한을 집행부(대통령)이 가진 근대 국가는 대한민국 뿐이고, 대한민국은 대통령 책임제가 아닌 대통령 초(超) 책임제"라며 "그런데도 비판·청문·계수조정·국정조사와 같은 소극적인 권한만 가진 입법부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반(反) 정치로는 친(親)민주주의·민생국가 건설은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국회의원 정수, 노조조직률, 투표율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사회 갈등지표가 낮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상위 15개국의 공통점은 국회가 크다는 점으로, 국민 4만8000명 당 국회의원이 1명"라며 "의회를 키우고, 투표율을 높이고,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사회갈등을 줄이고 국민들의 삶의 지표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다만 선거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야권일각의 주장에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중대선거구제를 두고 "선거가 세계적 추세 속에서 세대·계층 선거로 전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지역성을 고착화 하는 것"이라며 "88년 총선부터 금번 총선까지 비교하면 중·대선거구제는 정당명부제에 비해서는 개악"이라고 꼬집었다.
지방분권적 요소, 국민주권적 요소도 개헌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방분권국민행동 소속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국가는 과부하로, 지방자치단체는 손발이 묶여 아무도 문제를 해결치 못하는 시대"라며 지방정부에 과세권, 자치조직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민주권 확대를 위해 국민입법·발안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개헌이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대선주자들의 대선 후 개헌공약은 믿을 수 없다"며 "개헌안 합의만이라도 대선 전인 5월까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교수 역시 "개헌은 개헌역량이 충전돼 있을 때 해야 한다"며 "대선과 헌법 개정은 배타적 관계가 아닌 양립 가능한 관계"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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