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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IT잼] 미국 엥겔바트와 영국 벤자민, 둘 다 발명자라고 주장…그런데 그 이름을 붙인 사람은 둘 다 아니라는데

마우스를 마우스라고 이름 붙인 이는 누구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제작한 마우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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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컴퓨터용 입력장치 마우스를 최초로 만든 사람은 북유럽계 미국인 발명가 더글러스 엥겔바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964년 스탠포드 연구소에서 일하며 마우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1970년에 특허를 받았죠.

엥겔바트는 2차대전이 끝나갈 당시 군대에서 기술자로 복무하며, 버니바 부시라는 기술자가 잡지 '더 애틀란틱'에 기고한 '우리가 생각하는대로'라는 칼럼을 보게 되는데요. 이 칼럼은 '하이퍼텍스트(한 문서에서 다른 문서로 즉시 접근케 한다는 개념)' 등 새로운 컴퓨터 기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글을 읽고 큰 영감을 얻은 엥겔바트는 이후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게 됩니다.


그는 1962년부터 연구 보조금으로 마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엥겔바트가 1967년에 특허를 출원한 마우스는 길이 10cm, 폭 7.5cm의 나무 블록에 각각 X, Y축 방향으로 움직이는 금속 바퀴를 단 형태였습니다. 초기 디자인은 대각선으로 움직이기가 좀 어려웠는데 1972년 엥겔바트의 동료이자 실제작자였던 빌 잉글리시가 바퀴대신 구슬을 끼워 넣은 최초의 볼마우스를 개발하면서 문제점이 해결됐습니다.

그나저나 '마우스'라는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요. 본체에 긴 케이블이 달린 모습이 쥐랑 닮았기 때문에 팀원 중 한명이 '마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아쉽게도 그 팀원이 누군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엥겔바트는 1968년 12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시빅센터에서 열린 '컴퓨터 기기협회, 전기전자기술자협회 가을 합동 컴퓨터 컨퍼런스'에서 마우스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됩니다. 그는 '최고의 시연(The Mother of All Demos)'이라는 제목의 90분 강연을 통해 마우스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 워드프로세서, 실시간 협업 등 여러가지 신개념을 선보였습니다. 당시의 영상을 보면 엥겔바트가 마우스를 직접 조작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키보드 좌우로 마우스 버튼과 마우스가 위치해 있는 점이 특이하네요.



한편 자신이 마우스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영국 브리튼 대학 교수 랄프 벤자민입니다. 엥겔바트(1925년생)와 벤자민 교수(1922년생)는 나이가 비슷하고 둘다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서 레이더 기술자로 복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올해 95세인 랄프 벤자민 교수는 2차대전 때 영국 해군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 계속 해군에 복무하며 레이더추적장치의 화면표시 시스템을 개발했는데요. '볼 트래커(ball tracker)'라고 불렀던 이 장치는 외형만 봐서는 마우스보다 트랙볼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볼 마우스를 뒤집은 형태로, 공을 굴려 화면 속 포인터를 움직였죠.


마우스를 마우스라고 이름 붙인 이는 누구 강연회에 참석한 랄프 벤자민 교수(사진 왼쪽). (이미지 출처 = 엔지니어스워크)


금속제 공을 굴려 고무로 코팅된 X축, Y축 바퀴를 굴린다는 개념은 현재의 볼 마우스와도 얼추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발명은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죠. 영국군이 이 장치를 보완, 발전시키는데 무관심했고 이를 발명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보다는 보안을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영국군은 기술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꺼렸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이 볼 트래커는 조이스틱형태의 다른 지시장치에 밀려 사양됐습니다.


자신의 발명품이 빛을 제대로 못 본 데다 최초 고안자라는 타이틀까지 뺐긴 게 억울했을까요? 벤자민 교수는 엥겔바트보다 20년 앞선 1940년대에 자신이 마우스를 개발했다고 저서와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는 2013년 7월 엥겔바트가 사망하고 일주일 후에 가진 영국매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자신이 마우스를 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내가 개발한 마우스의 기본 개념이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마우스를 마우스라고 이름 붙인 이는 누구 캐나다 엔지니어가 1952년에 개발한 트랙볼. 실제 볼링공이 사용됐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어)


엥겔바트와 벤자민 교수처럼 비슷한 발명품을 각기 다른 사람이 내놓은 경우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제임스 와트가 18세기에 증기 기관을 발명하기 전에 이미 1세기경 알렉산드리아의 헤론이 증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기관의 기초모델을 제시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우스 역시 엥겔바트와 벤자민 교수 외에도 비슷한 모양의 지시 장치를 만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952년 캐나다 해군 소속 엔지니어 3명이 만든 장치도 오늘날의 트랙볼 장치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엥겔바트와 벤자민 교수, 두 사람 다 마우스를 발명했다고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두 분 사이에 "내가 원조"라며 다투는 일도 없었구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엥겔바트에 한 표를 주고 싶네요. 그는 마우스와 관련된 여러가지 첨단개념을 함께 연구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이자 마우스 특허권을 소유했던 스탠포드연구소(SRI)로부터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SRI가 애플에게 단돈 4만달러(4690만원)를 받고 마우스를 생산할 수 있게 허락해준 일도 좀 어이가 없어요. 그러니 엥겔바트에게 적어도 '마우스 최초 고안자'라는 타이틀을 안겨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우스 특허는 1987년에 종료됐는데요. 이후에 여러 업체들이 특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마우스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마우스를 마우스라고 이름 붙인 이는 누구 애플에서 생산, 판매한 마우스 시리즈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어)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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