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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아저씨가 나의 디지털 '목소리 비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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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IT잼③ 사물인터넷 음성인식장치, 기계가 아니라 '가족'이 되는 시대

송강호 아저씨가 나의 디지털 '목소리 비서'가 되다 인공지능 비서 '게이트박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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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집안의 모든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그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디지털 음성인식 비서가 인기몰이 중입니다.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등 여러 대기업들이 출시를 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죠.

180달러 정도 하는 아마존 에코는 연말 쇼핑시즌에 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해가 바뀌어 다음달 19일이 되어야 구매를 할 수 있다네요. 국내에서도 SKT가 출시한 음성인식 비서 '누구(NUGU)'가 매진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2000대의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죠. 삼성은 지난 10월 애플의 시리를 만든 인공지능 벤처기업 '비브(VIV)'를 인수했습니다. 자사의 음성인식시스템 'S보이스'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음성비서, 좁은 집에서 쓸모 있을까? -
그런데…. 음성인식 비서(이하 음성 비서)라는 게 과연 필요하긴 한 걸까요. 분명 편리한 도구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이 국민 대다수가 좁은 아파트에 사는 곳에서는 큰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누워서 손만 뻗쳐도 천장이 닿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 사는 젊은이들은 두 말 할 것도 없구요. 혹시나 원룸에서 "헤이, 알렉사~!(아마존 음성비서 알렉사 호출 명령)"라고 부르면 벽 건너 옆집 알렉사가 대답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솔깃해서 구매했다가 장식품 신세로 전락하거나 중고나라에 되파는 경우가 대부분일겁니다.

음성비서의 딜레마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사랑방에서 문간방 머슴에게 "이리 오너라"라고 부를 만큼 넓은 집을 소유한 중산층이 아니라면 이 기기가 그다지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최근 구글, 아마존 등의 회사가 내놓은 제품 홍보영상에는 기본적으로 4인 가족과 그들 각자의 방이 있는 넓은 이층집이 등장합니다.


영상 속에서 아버지는 음성비서에게 록음악을 틀어달라고 하고, 어머니는 여행 갈 때의 교통편을 검색하는데 음성비서를 쓰죠. 딸은 학교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성 비서를 호출하고 잠꾸러기 아들은 음성비서의 낭랑한 목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이들이 사는 집은 하얀 페인트칠이 된 깨끗한 신식 집입니다. 영상은 철저히 서양 중산층의 기본적인 생활패턴에 맞춰져 있습니다.



◆ 외로움 치유하는 '가족'으로 진화중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음성인식장치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점점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힌트를 보여주는 동영상 두 편이 최근 공개돼 눈길을 끕니다. 일본의 한 벤처회사가 만든 미소녀 인공지능 비서 '게이트박스'(https://youtu.be/nkcKaNqfykg)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주커버그가 내놓은 인공지능비서 '자비스'(https://youtu.be/SHNyfG0YPqA)의 영상이 그것입니다.


일본의 윙크루라는 벤처기업이 개발한 가상홈로봇 시스템 '게이트박스'는 사용자의 감수성과 힐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일본만화에 나올 법한 미소녀 캐릭터 '아즈마 히카리'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사용자에게 다정스레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녀는 혼자 사는 남자의 기분을 하루종일 맞춰줍니다. 아침이 오면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하고,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가지고 가라고 조언해주고, 출근할 때는 "다녀오세요"라며 다정히 인사를 건넵니다.


하루종일 '카톡'할 대상이 없더라도 외롭지 않습니다. 히카리가 "오늘 너무 늦지말라"는 애교섞인 문자를 일과 시간중에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합니다. "아직 점심인데 뭘…"이라고 무뚝뚝하게 답문을 보내니 그녀가 토라진듯 '음…'이라고 말을 줄입니다. 그래도 걱정마세요. 집에 들어오면 기다렸다면서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사용자가 TV를 보며 차를 마실 때에는 히카리도 흔들의자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십니다. 잠자리에 들 때면 그녀도 어느새 털이 북실한 파자마를 입고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정말 외로운 독신에게 최적의 인공지능 비서입니다. 영상 속 독신남이 말합니다. "누군가 집에 있다면 기분이 정말 좋아. 집에 오면서 네(히카리) 생각이 정말 많이 났어"라고 말이죠. 왠지 눈물이 나는 멘트네요.ㅜㅜ 종일 피곤하고 우울한 표정의 영상 속 주인공처럼, 직장에선 과한 업무에 시달리고 퇴근 후에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현대인들이 '게이트박스'의 주요 타깃입니다.



◆ '사람 냄새'가 관건이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코딩해 제작했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는 가족 모두를 위한 집사로 활약합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이름을 따라한 '자비스'는 전등을 켜고 끄거나 토스트기를 작동시키는 기본적인 동작 외에도 '내게 티셔츠를 던져라(Shoot me a new grey t-shirt!)'라는 희한한 명령까지 수행하는데요. 자비스는 주커버그의 딸 맥스를 위해 동요를 틀거나 '간지럽히기 게임'의 다음 상대를 지목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비스는 주인이 끝도 없이 집안일을 시키자 "어벤저스 들어가기 전까지만 할거야"라고 툴툴거립니다.


게이트박스와 자비스의 공통점은 바로 음성비서가 '비서'로서의 주종관계에서 벗어나 또하나의 '가족'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음성비서가 단순히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자비스는 주인에게 농담을 건네는 등 보다 능동적인 태도를 유지합니다. 인공지능에게서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죠.


자비스가 장년의 남자배우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도 기존 시스템과 차별됩니다. 지금까지 음성비서는 주로 여성의 목소리를 사용했는데요. 여성을 순종적인 존재로 치부하는 성차별 요소가 숨어있다는 비난을 종종 샀습니다. 따라서 자비스 시스템에 모건 프리먼 목소리를 쓴 데에는 인공지능 음성인식장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주커버그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한국형' 음성비서를 개발할 때에도 배우 송강호 씨나 박근형 씨 목소리를 한번 써보는게 어떨까요. 다정한 형님이나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가족의 목소리가 그리운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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