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홍유라 기자] 13년 만에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돌아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UN) 부부가 12일 주민들에게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며 귀국 인사를 건넸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 전 총장은 자택인 사당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그리운 고국을 찾고 사당동에 입주하게 돼 기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녕하시냐, 반갑다"고 운집한 100여 명의 주민을 향해 먼저 인사했다. 이어 "2004년 외교부 장관이 돼 관저로 향하면서 이곳을 떠난지 정확히 13년 만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또 "늦은 시간, 날씨도 추운데 여러분께서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너무 고맙다"면서 "13년 만에 돌아오니 많이 변하고 발전했다. 모두 여러분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앞으로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고 보고 듣고 느끼고 실천하고 이룬 바를 이 지역 발전 뿐 아니라 서울과 우리나라 전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 일들이 새해에 아주 만사형통하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주변 아이들에게도 "건강하고 큰 인물이 돼라"고 말했다.
동석한 유순택 여사도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주민들의 환대에 화답했다.
이날 사당동 자택 앞에는 '대한민국 국격을 전 세계에 떨치신 반 전 총장님 수고하셧습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통일을 위해, 화합을 위해' 등 반 전 총장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들이 내걸렸다.
동네 노인 30여 명이 모여 반 전 총장 일행을 환영했고, 일부 주민들은 꽃다발을 증정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동네 앞은 한 때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반기문 화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 대다수는 반 전 총장에 대해 "국제사회를 이끈 경험으로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에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반 전 총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언급했다. 이들은 귀국 환영 플래카드에 적힌 '주민 일동'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아 항의하기도 했다.
동작구가 지역구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자택 앞을 찾아 반 전 총장 부부를 맞았다. 나 의원은 "성공적으로 직무를 마치고 돌아오셨다"며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나 의원이 조만간 반 전 총장 측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자택은 208㎡ 규모로 지난 2003년 반 전 총장이 직접 매입했다. 이후 반 전 총장의 딸이 거주하다가 이사해 한동안 비어있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밤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13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사당동 주민센터에 들러 귀국 신고를 할 예정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탄 뒤 서울역에서 승용차로 갈아타고 자택으로 향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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