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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이탈리아 장인이 지은 트럼프 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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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이탈리아 장인이 지은 트럼프 양복 황준호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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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산을 사용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을 다시 강대하게 만들자'고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헐렁한 검은색 양복과 단추를 풀어 헤친 흰색 드레스 셔츠를 입은 채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전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이 사진과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외교통상정책을 집중 보도했지만 정작 사진 속에서 트럼프가 입은 양복과 모자가 미제(made in USA)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옷장은 그가 대선 판에 뛰어들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트럼프는 '미국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을 막고 미국산 제품의 사용을 늘리겠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정작 그는 고가의 이탈리아 명품 양복을 입고 다닌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였다.

그는 십수 년 전 내놓은 '억만장자처럼 생각하라(Think like a billionaire)'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한 벌에 5400달러나 하는 이탈리아 명품 브리오니 양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묘사했다. 그는 "수년 간 최고의 옷을 입어봤지만 브리오니 양복과 셔츠를 가장 좋아한다. 나는 진열대에 전시된 브리오니 양복을 바로 사서 입는다"고 말했다.


일간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든 명품 양복을 입었는지를 조사했다. 이에 백악관 전략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호프 힉스는 지난해 9월 "트럼프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브리오니를 입었지만 뉴욕 브루클린의 마틴 그린필드 클로지어(Martin Greenfield Clothiers)도 선호한다"고 해명했다. 마틴 그린필드는 독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출신 재단사로, 브루클린에서 대통령들의 양복을 지어온 장인이다.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양복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굉장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트럼프가 그린필드의 양복을 선호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트럼프 자신이 브리오니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알려온 탓에, 역대 대통령들이 선택한 그린필드 양복 몇 벌을 옷장에 걸었는지도 모른다. 외산품을 애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선호 양복 브랜드의 다양화를 꾀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옷을 입든 간에 자기 옷장은 알아서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브리오니가 좋아도 자기 주장과 배척된다면 과감하게 다른 옷도 넣을 줄 안다는 것이다. 미국민의 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불현듯 자기 힘으로 옷장도 채우지 못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떠올랐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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