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농구 5년차 귀화 희망 "태극마크 달고 올림픽 뛰고파"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27)는 지난 2014년 8월 27일부터 한국 귀화를 생각했다. 그때는 모비스 선수였다. 모비스는 대만 타이페이대학 천모체육관에서 대만A팀을 누르고 윌리엄존스컵에서 우승했다. 라틀리프는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54)은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어 존스컵을 지휘하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라틀리프에게 "한국에 귀화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라틀리프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3년이 흘렀다. 삼성 선수가 된 라틀리프는 지난 1일 군산명월체육관에서 전주 KCC를 89-74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새해 소원을 묻자 "한국 여권"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45)은 지난 3일 라틀리프와 선수단 숙소에서 급히 면담을 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는 2012년 대학 졸업 후 프로생활을 한국에서 시작했다. 매년 미국에는 길어야 석달 머무르고 대개 한국에서 지낸다. 딸 레아(3)도 한국에서 태어났다. 귀화한 문태영(38)과 모비스(2012~2015), 삼성(2015~)에서 가까이 지내면서 귀화를 결심했다"고 했다.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국가대표 자격이 생긴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 나가 우승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나가겠다"고 했다. 허재 대표팀 감독(52)은 "본인이 원하면 귀화를 허용해야 한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키(201㎝)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없지만 달리기가 장점이다. 라틀리프는 중학교때 육상 200m 선수였다. 속공에 능하다"고 했다.
이상민 감독은 "다른 선수도 아니고 라틀리프니까 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라틀리프는 한국에서 5년 간 활약하며 능력을 보여줬다. 2012~2017년 241경기에서 평균 17.09득점 9.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 리바운드는 12.3개(4위)다. 라틀리프는 몸관리가 철저하고 성실하다. 이 감독은 "제 역할, 임무를 확실히 하는 선수"라고 했다.
대한농구협회와 프로농구연맹(KBL)은 5일 라틀리프 귀화 관련 첫 회의를 했다. 외국인 선수 특별귀화는 대한농구협회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에서 심의한다. 빠르면 3개월 안에 결정이 난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57)은 "이전부터 연맹과 협회 내부에서 외국인 선수 귀화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협회와 협력해 귀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일본과 대만 등은 유소년 단계부터 외국인 귀화를 추진한다. 귀화는 이미 세계농구의 흐름"이라고 했다.
라틀리프는 "나는 스물일곱이다. 조급하지 않다. 귀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