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에 가보니 공무원들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차 농업혁명으로 인류는 유목·채집생활의 고단함을 벗었고, 2차 산업혁명, 3차 정보화 혁명으로 인간은 자기 근육과 두뇌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곧 몰아닥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을 통해 인류는 새로운 격동의 시대를 경험할 것이다.
지난해 3월 알파고·이세돌의 대국이 없었다면 인공지능(AI)이나 '4차 산업혁명'의 존재 자체를 사람들은 대부분 몰랐을 것이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란 용어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 60년,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 수준의 인식, 추론, 학습능력과 같아지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발전해 왔다. 우리는 알파고를 통해 극히 일부만 보았을 따름이다.
인공지능의 방법론은 인간이 가진 문제해결 능력을 지식표현 (Knowledge Representation) 기법을 통해 다양한 규칙으로 구현하는 방식과 뇌 신경구조를 그대로 전자회로로 만들어 보는 인공신경망 (Artificial Neural Networks) 기술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인터넷을 통해 사진, 메모, 동영상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까지 학습하는 가공할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도 가능하다.
1차에서 3차까지 인류가 겪은 거대한 파도(Wave)에는 긍정적 측면이 컸다. '농업혁명'은 인류가 일정한 장소에 머물 수 있고 인구가 늘어나는 계기를 만들었고,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낭비를 가능하게 했으며 '정보화 혁명'은 시·공간을 극복하며 광범위한 지식을 손쉽게 활용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공무원들과 토론하다 보니 ‘4차 산업혁명’도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나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1970년대 산업화를 통해 배고픔을 벗어났고 1990년대 정보화를 통해 선진국 문턱에 접근한 경험이 미래를 향한 통찰력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다.
세계경제포럼 등 전문가 집단은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가 없어질 고위험군의 직종이 미국은 47%, 한국은 무려 63%라고 한다. 세무사, 관세사, 치과 기공사, 택배원등은 곧 사라질 위험이 큰 직업이다. 미국에서는 5년간 500만개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의사, 변호사, 교수 등 고급 전문직도 30% 이상 스마트 기기로 대체될 것이고 10년 내 인간 종업원 보다 스마트 기기가 더 많은 직장이 50%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류에게 닥친 과제는 빅 데이터를 통해 지식을 학습하고 자기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초월적 인공지능(Transcendental AI)'과 로봇·사람의 경계선에 있는 '트랜스 휴먼(Trans Human)'의 등장이다. 독점자본과 다국적 기업이 초월적 인공지능(TAI)과 결합한다면 경제 양극화는 심각해지고 인간 노동이 필요 없는 세상에서 대부분 인류는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이다. 최근 벌어지는 청년실업 현상을 보면 우리는 우울한 포스트 휴먼 (Post Human) 시대의 직전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향상된 생산성이 낳은 풍요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국가 시스템, 20~30년 안에 사라질 직업을 위해 오늘도 '열공'만을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무엇이 인간(적)인지를 생각하는 존재론적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강병호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