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시계아이콘02분 0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그놈의 돈’展 내달 16일까지, 사진·회화 등 스물한 점
참신한 4인 작가, 각자 방식으로 돈의 가치 탐구
화폐 자체의 아름다움과 비판의식 동시에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AD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세상만사 돈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 있을까? 모두 돈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웃는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굵직한 사건 중심에는 여지없이 돈이 있었다. 최순실 사건과 관련한 수조 원대 비자금 액수에 혀를 내둘렀고 “돈도 실력이니 부모를 탓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들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청년의 월급명세서를 보고 안타까워하거나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얻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선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도 돈은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넘쳐나는 돈 자랑은 이제 예삿일이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 비해 치솟은 물가를 지켜보며 또 한 번 낙담하기도 한다. 새해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여기 팍팍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위로해줄 전시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아트스페이스J(1월5일~2월16일)는 2017년 새해 첫 전시로 '우리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를 되돌아보고자 ‘그놈의 돈’ 전을 기획했다. 사진, 회화 등 작품 총 스물한 점을 전시한다.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노재림, Coins in the bottle 2-이데아.비둘기2, 160x106.7cm, Oil on canvas, 2015(사진 왼쪽), My passioned love song 2, 130x130 cm, oil on canvas, 2013(사진 오른쪽)



참신한 작가 네 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탐구해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큐레이터인 한혜원 아트스페이스J 실장(37)은 “지난해 가을부터 4~5개월간 기획하고 관련 작가를 찾았다. 전시에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중립적 의미에서 돈을 돌아보고자 했다. 돈 때문에 부정부패가 생기기도 하지만, 땀의 결과물인 돈 자체는 신성하며 나쁘지 않다. 개인에게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 연초에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화폐인 동전은 전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다. 노재림 작가(41)는 동전 위에 자전적 이야기 또는 지인과 가족의 일상을 극사실적으로 모사한다. 2013년부터는 기념주화 시리즈에 심취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다. 그 해와 2015년 ‘코인 스토리(Coin Story)’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노 작가는 “동전 안의 문양을 다른 이야기의 이미지로 변형해 표현한다면 세계 유일하게 존재하는 기념적 주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기념적 주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만들어낸다면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 작가는 여느 수집가 못지않게 전 세계 동전을 모았다. 사진촬영 후 거기에 조형적 의미를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 2014~2015년에 발표한 ‘이데아(idea)’와 ‘코인스 앤 플라워스(Coins and flowers)’ 시리즈는 권력과 부에 대한 비판이다. 동전과 함께 그린 새와 꽃은 권력과 대비되는 순수한 자유와 휴머니티를 상징한다. 현실과 환상을 대표하는 전혀 다른 두 소재를 한 폭에 담아 초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이데아를 만들었다.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정지필, 작은돈-1파운드,180x180cm, C-print, 2012(사진 왼쪽), 작은돈-500원짜리,180x180cm, C-print, 2012(사진 오른쪽)



정지필 작가(36)는 작은 동전 하나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창조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돈’ 연작을 통해 동전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사진에 담았다. 정 작가는 “동전은 작은 조각품이다. 그 조각품이 사회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상황을 거치고 긁힘과 찍힘으로 점점 다른 조각품이 돼간다. 100원 동전에 있는 이순신 장군 얼굴이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확대해서 보면 다 다르다”고 했다.


2012년부터 동전에 집중해 지금껏 마이크로(micro) 접사 촬영을 계속했다. 동전을 닦고 초점을 바꾸면서 수백 장을 찍고 초점에 맞는 부분들만 이어 붙인다. 작은 돈 제목과는 다르게 대형 고화질 사진으로 재탄생한 작품은 동전에 대한 일반적 관념과 가치를 넘어서서 또 다른 의미를 전해준다. 작가는 오는 4월에 열릴 개인전에서도 ‘이순신 장군(2015)’ 연작을 계획하고 있다.


채정완 작가(29)는 개인적 혹은 사회적 불만에서 오는 답답함을 창작이라는 유희를 통해 표출하며 타인과 공감을 시도한다. 직접 돈을 소재로 하지 않고도 은유와 함축적인 돈 이야기를 그려 사회 현상을 풍자한다. 채 작가는 ‘고사(2015)’를 통해 돼지머리 대신 인간의 입에 돈을 물려주거나 카라바조(Le Caravage)의 ‘의심하는 도마(1601~1602)’를 패러디한 ‘보여주고 증명하다(2015)’를 통해 타락한 종교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채정완, 고사, 137x91cm, Acrylic on canvas, 2015(사진 왼쪽), 보여주고 증명하다, 112.5x145.5cm, Acrylic on canvas, 2015(사진 오른쪽)



최세진 작가(34)는 회화는 물론 영상, 실크스크린, 리소그래피,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섭렵했다. 주로 화폐를 소재로 금융화된 현대경제의 허구성을 복원하고, 금융의 유동성과 투기성을 해체하는 시도를 지속했다. 1달러 화폐에다 1000원짜리 지폐에 있는 매화와 기와집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재조합해 얹혀놓는가 하면 가상의 은행인 무디프라이스뱅크(Moody Price Bank)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를 제작해 현대 금융시장을 풍자한다. 화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길로시(Guilloche)패턴을 활용한 작품도 있다.


최 작가는 변화된 돈의 가치에 집중하며 현대경제학이 상실한 인문학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는 “예전에 달러는 고정 가치였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가 가져온 닉슨쇼크로 모든 화폐는 유동적으로 바뀌었다. 필요 이상으로 유동적이고 복잡해졌다”고 했다.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최세진, Won-Dollar, 81x61cm (3x8=24 pics), 미화 1달러 지폐 위에 리소그래피, 실크스크린, 아크릴릭, 2014(사진 위), In Mammon We Trust, 29.7x21cm, PVC 위에 전사, 금박, 2014(사진 아래)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