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민 우익수'로 불렸던 베테랑 이진영(36)이 아직까지 내년 시즌 소속팀을 정하지 못 했다. 이진영은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했다. 세 번째 FA 도전. 앞선 두 번의 FA 기회에서 대형 계약을 끌어냈지만 세 번째 도전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소속팀 kt 위즈의 김진욱 감독(56)은 "꼭 필요한 선수다. 우리 팀의 유망주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고참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이진영도 반드시 필요한 선수고 구단도 같은 의견이다. 구단에서 (이)진영이하고 계약하는건 기정사실이다. 아무리 늦어도 1월 중순은 안 넘어갈거라 본다"고 했다.
이진영은 올해 타율 0.332(371타수 123안타) 10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은 SK 시절이던 2005년(74타점)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타율도 2007년(0.350), 2004년(0.34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009년 이후 7년만에 두 자리수 홈런도 달성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진영은 내년 시즌 2000경기 출전, 2000안타 돌파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올 시즌까지 1947경기에 출전했고 1959안타를 기록했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김 감독은 "몸관리를 굉장히 잘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최소한 2년 정도는 문제없을거라 본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LG에 있을때는 부상도 있었고 좀 안 좋았다. 올해 kt로 와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해줬다. 진영이가 올 시즌만큼만 해 주면 정말 고마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감독이 기대하는 부분은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의 역할이다. 김 감독은 "득점 기회나 경기를 풀어줘야 할 때 진영이가 타석에 있을 때하고 어린 선수가 있을 때 상대가 받는 압박감이 다르다. 상대팀에 훨씬 더 큰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지만 여전히 이진영이 소속팀을 못 찾는 이유는 FA 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이진영을 영입하면 보상선수로 유망주를 내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다른 구단들이 나서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kt에도 부담이 됐다. 당초 통큰 투자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kt는 올해 FA 시장에서 아무도 새로 영입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외부에서 전력을 보강하고 싶었지만 보상선수를 내주는 문제 때문에 부담을 느꼈다. kt는 당장 내년 시즌에 포스트시즌 나가고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팀이 아니다. 내년에 젊은 유망주들을 한 번이라도 더 던지게 하고 경기에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선수들을 내주고 다른 선수를 영입하는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장 실력이 좋은 선수를 영입하면 물론 편하다. 하지만 kt를 위해서는 지금 있는 어린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FA 제도를 손봐야 한다. 등급제를 하든지 해서 이진영이나 NC의 조영훈 같은 선수들이 편하게 팀을 옮길 수 있고 데려가는 팀도 부담을 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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